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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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입은 재난지원금…"'갈라치기'에 더 분노"

59년 만에 4차 추경 통과… 7조8000억원 규모
통신비 ‘16∼34세, 65세 이상’
중학생도 돌봄비 15만원 지급
“선심성 정책 아니냐” 지적도
사진=뉴시스

국회는 22일 본회의를 열어 7조8148억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처리했다. 정부 원안에서 5881억원을 증액하는 대신 6177억원을 감액, 결과적으로 296억원을 삭감했다. 한해 네 차례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1961년 이후 59년 만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통신비 지원 대상을 일부 연령대로 축소하고 중학생에게도 아동특별돌봄비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추경안에 합의했다. 개인택시뿐 아니라 법인택시 기사에게도 100만원을 지원하고 통신비 등 일부 지원의 경우 각 가구의 경제적 상황과 관계없이 나이를 기준으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여야가 시간에 쫓겨 통상의 소득·자산 기준이 아닌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한 방식으로 선심 예산을 편성했다는 지적이다.

 

최대 쟁점이었던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은 ‘만 16∼34세 및 65세 이상’으로 대상이 축소됐다. 통신비 지원액 전액 삭감을 요구한 야당과 절충한 결과다. 이에 따라 당초 9200억원이었던 통신비 지원 예산이 5206억원 감액됐다.

 

야당의 요구안도 일부 대상에 한정한 형태로 수용됐다. 국민의힘이 요구한 ‘전 국민 독감백신 무료 접종’은 장애인연금·수당 수급자(35만명) 등 취약계층 105만명에게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한 여야는 국민의 20%인 1037만명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물량 확보 예산을 증액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2일 국회에서 2020년도 제4차 추가경정예산안 합의사항 발표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이 초등학생까지 주기로 했던 아동특별돌봄비도 여야 협상 과정에서 중학생까지로 확대됐다. 초등학생 지원비는 당초 결정한 20만원, 중학생 지원 금액은 15만원이다.

 

자영업자인 개인택시뿐만 아니라 법인택시 운전자에게도 100만원이 지급된다. 약 9만명이 추가혜택을 받을 예정이다.

사진=뉴스1

유흥주점·콜라텍 등 정부 방역방침에 협조한 집합금지업종에 대해서도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200만원을 지급한다. 이와 함께 최근 인천 ‘라면 형제’ 화재 사건 등이 재발되지 않도록 위기아동 보호 강화를 위해 47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이날 여야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통신비 삭감에) 강력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서 부득이하게 감액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13세 이상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이 선별 지원으로 바뀐 것에 대해 “국민께 말씀드렸던 만큼 도와드리지 못하는 것에 죄송하다. 협의를 빨리해서 추경을 집행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에 불가피했다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22일 서울 동대문구 한 콜라텍의 출입문이 집합금지명령으로 굳게 닫혀 있다. 여야는 4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유흥주점·콜라텍 등 정부 방역방침에 협조한 집합금지업종에 대해서도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연합뉴스

4차 추경에 따른 2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추석 전 지급될 예정이지만 일부 지원은 더 늦어질 전망이다. 박홍근 의원은 “3500억원이 편성된 긴급생계지원 55만가구는 신청 절차가 있어 11월에나 집행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여야가 정치적인 흥정 과정에서 서로 끼워넣기 하며 예산이 누더기가 됐다”며 “끼워넣기 한 사업은 행정부의 검토가 제대로 안 돼 집행률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미·최형창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