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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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철도 연결,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올스톱’ 불가피

2008년 ‘박왕자씨 피살사건’ 직후 금강산 관광 중단
서해 최북한 소연평도 남방 1.2마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 총격에 숨진 것으로 알려진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 A씨가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제공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 지도활동을 하던 한국 공무원이 실종됐다가 북한군의 총격에 사망한 사건은 여러 모로 이명박(MB)정부 시절의 ‘박왕자씨 피살사건’을 연상케 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것처럼 이인영 통일부 장관 취임 후 추진하고 있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남북 철도 연결 등이 줄중이 ‘올스톱’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방부는 24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측에 의해 피격된 뒤 화장됐다고 공식 확인했다. 해당 공무원은 해양부 소속 목포 소재 서해어업지도관리단 해양수산서기(8급) A(47)씨로 지난 21일 소연평도 남방 1.2마일(2㎞) 해상에서 실종됐다.

 

국방부는 이날 입장문에서 “우리 군은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소연평도 실종자)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이러한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에 대한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이 사건은 MB정부 시절인 2008년 금강산에서 우리 국민이 북한군 병사가 쏭 총에 맞아 숨진 ‘박왕자씨 사건’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해 7월 11일 북한으로 금강산 관광을 간 박씨가 인민군 병사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당시 북한은 “박씨가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구역에 들어갔다가 경고를 받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초병이 총을 쏜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자기네 잘못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일로 남북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었고 MB정부는 우리 국민 보호 차원에서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켰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오른쪽 3번째)이 지난 7월 31일 강원 고성군을 찾아 동해선철도남북출입사무소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올해 취임한 이인영 통일장관은 MB정부 시절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지난 7월 31일에는 동해선 최북단 기차역인 강원 고성군 제진역을 방문해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금강산 관광은 북미 협상이 진전되기 전이라도 시작할 수 있고, 개성공단 역시 대북제재 예외 사업으로 인정해 재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 적극 호응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장관은 앞서 여러 차례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의 의욕적 추진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을 계기로 현재 문재인정부에서 논의 중인 모든 형태의 남북 간 교류 및 협력 사업이 얼어붙는 게 불가피해 보인다. 이날 국방부는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고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현 문재인정부 들어 북한을 상대로 내놓은 메시지 중 최고 수위에 해당한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때보다도 ‘톤’이 더 강하다는 평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