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집콕 추석’은 ‘2020미술주간’을 즐기기에 딱 좋은 시간이다. 이번 미술주간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상에서도 즐길 수 있는 비대면 콘텐츠를 대대적으로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간 미술계에서 소소하게 제작됐던 비대면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만들어지면서 콘텐츠의 질도 한층 높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화도, 우울도 내려놓고 천천히 미술품을 감상하고 작가들의 생각에 귀 기울이다 보면, 방역도 지키고 몸과 마음도 추스르며 성숙할 수 있는 추석이 될 수 있다.
해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미술주간은 국내 최대 규모 미술행사로, 지난 24일부터 전국 300여개 미술관과 화랑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공을 들인 비대면 콘텐츠가 눈에 띈다. 바로 ‘온라인 VR 전시관’이다.
2020미술주간 홈페이지에 접속해 ‘프로그램’ 메뉴를 클릭하면 ‘온라인 VR 전시’를 만날 수 있다. 화면을 클릭하면 마우스를 끄는 대로 실제 전시 공간을 둘러볼 수 있다. 눈에 띄는 작품이 있으면 한걸음 더 다가가듯 화면을 확대할 수 있고 작품 설명도 볼 수 있다. 마치 가상 공간에서 게임을 하는 것처럼 미술관을 돌아다니는 것이다. 미술작품 감상뿐 아니라, 이색적이고 신선한 접속 방식이 주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미술주간 측은 온라인 플랫폼인 ‘이젤’과 함께, 참여기관 중 40여개 전시를 360도로 촬영해 이 같은 온라인 VR 전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전시회 설명과 작품을 소개하는 오디오가이드, 고화질 작품 이미지도 함께 게재돼 있다.
오디오 클립으로도 미술을 만날 수 있다. 시각적 효과가 없이도 미술을 느끼고 감상할 수 있다는 생각의 반전이다. EBS 라디오 프로그램인 이청아의 ‘뮤지엄 에이로그’와 함께 ‘미술전시의 ASMR’라는 새로운 감각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약 10개 전시를 실감나는 해설과 감각적인 사운드로 전한다. 청취자들의 눈이 아닌 귀로 미술을 전하는 시도다.
그래도 답답하다면 주변 미술관, 갤러리들의 한가로운 시간을 이용해 혼자 또는 소그룹으로 방문해 볼 수 있다. 미술관과 갤러리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말 전파 방지가 용이한 덕에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왔지만, 추석 연휴 기간 문을 닫는 갤러리가 많아 미리 운영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미술주간 참여 기관 중에서는 제주 조천 김택화미술관이 10월3일 문을 열고 ‘미술관에서 듣는 미술 이야기’를 진행한다. 경기 파주 미메시스아트뮤지엄이 10월2∼4일 진행하는 ‘해설과 함께 듣고 보는 미술관 투어’와 ‘아트클래스’는 사전 예약제로 소그룹 참여가 가능하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