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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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선 불복’ 우려에… 美상원 ‘평화로운 권력이양’ 결의안 처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미 상원이 24일(현지시간) ‘평화로운 권력이양’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대선 불복 시사’에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이어진 결과다. 미 역사상 초유의 결의안은 대통령 등 권력자가 미 국민의 의지를 뒤집으려는 혼란을 야기해선 안 된다고 적시됐다. 이번 결의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 시 평화로운 권력이양을 약속하겠느냐’는 질문에 확답하지 않고 두고 보자는 식으로 대응하면서 대선 불복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브리핑에서 ‘지금 여기서 11월 대선 이후 평화로운 권력이양을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내가 투표용지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제기해온 걸 알지 않느냐. 투표용지는 재앙”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우편투표를 통해 선거를 조작한다는 주장을 또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질문이 또 나오자 “투표용지를 치워라, 그러면 우리는 아주 평화로운…”이라고 언급하다가 “솔직히 이양은 없을 것이다.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결과가 결국 연방대법원에 갈 것이라면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별세로 생긴 연방대법관 공석을 신속하게 메우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민주당이 우편투표로 사기를 쳤다는 주장을 거듭하며 순순히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미 언론은 평가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발언을 맹비난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우리는 어떤 나라에 있는가”라며 “그는 가장 비이성적인 얘기를 하고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트위터에서 “이렇게 해서 민주주의가 죽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MSNBC방송 인터뷰에선 “이 행정부에서 일하는 양심이 있는 공화당원이라면 자리에서 물러날 때”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필라델피아 AP=연합뉴스

공화당도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자 급히 수습에 나섰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대선 승자는 1월 20일에 취임할 것”이라며 “1792년 이후 4년마다 그랬던 것처럼 질서 있는 이양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앙숙인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도 트위터에서 “민주주의의 근본은 평화로운 권력이양이며 그게 없으면 벨라루스”라며 “대통령이 이 헌법적 확약을 존중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고 용납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미 상원은 이날 평화로운 권력이양 지지를 재확인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전했다. 결의안에는 상원이 미국 헌법이 요구하는 질서 있고 평화로운 권력이양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명시됐다.

 

이번 결의안을 발의한 민주당 조 맨친 상원의원은 본회의장에서 “우리가 국민으로서 국가와 헌법,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해야 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때때로 우리는 이에 도전하는 말을 듣는데, 우리는 어제 그 말을 들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