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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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日 우익 “즉시 철거하라”

베를린 공공장소에 첫 설립 / 일본 우익 거센 반발
지난 28일 독일 베를린에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 교도통신

 

독일 수도 베를린 중심가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소녀상 건립은 일본의 반발과 방해 등을 고려해 허가 과정부터 철저한 보안이 이뤄졌다.

 

이에 뒤늦게 소식을 접한 일본 극우세력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28일 일본 교도통신 등 내외신 보도에 따르면 소녀상은 지난 25일 베를린 미테구 비르켄 거리와 브레머 거리가 교차하는 지점에 설치됐다.

 

베를린 소녀상은 지하철역 인근에 설치돼 음식점과 카페가 많은 지역에 위치해 지역 시민의 접근성이 높고, 주독일 일본대사관과는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소녀상은 김서경·김운성 작가의 작품으로 정의기억연대가 제작을 지원했다.

 

독일에서 소녀상이 설치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지만 공공장소에 세워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녀상 건립은 베를린의 한국 관련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의 주도로 일본군위안부문제대책협의회가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리아협의회는 2019년 비르켄 거리 인근으로 사무실을 옮긴 뒤 시민이 많이 다니는 주변 거리에 소녀상을 세우기로 하고 관공서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해왔다.

 

코리아협의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국가 간 문제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전쟁 피해 여성 및 여성 인권 문제라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워 결국 허가를 얻어냈다.

 

베를린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민족주의를 딛고 보편적인 여성 인권 운동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어 왔고 전쟁 피해를 본 여러 소수민족의 단체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연대했다.

 

조형물 설치는 지역주민의 여론도 반영되기 때문에 코리아협의회는 인근 음식점 운영자 및 건물주를 상대로 설득작업도 펼쳤다.

 

코리아협의회의 이같은 노력끝에 올해 초 베를린 도시공간문화위원회 등 관계 당국의 심사를 통과해 지난 7월 최종 허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독일 연구자와 현지 여성단체, 현지 예술인 단체 등이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코리아협의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여성 성폭력 극복을 주제로 한 전시관을 사무실 공간 옆에 운영 중이어서 소녀상과의 연계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및 일본군위안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27일 “베를린의 소녀상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에 대한 전시 성폭력뿐만 아니라 권력 남용을 비판하고 평화, 남녀평등 등의 가치를 담고 있다”며 “일본 정부 측은 설치된 소녀상과 관련해 반발하지 말고 과거 청산에 솔선수범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베를린의 소녀상 제막식에는 현지 정치인, 학자, 시민단체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정의연의 이나영 이사장도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코리아협의회는 추후 인근 고등학교 학생 등을 대상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전 세계적인 전쟁 피해 여성들과 관련한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소녀상이 세워졌다는 소식에 현지 일본 대사관을 비롯해 외무성의 미흡한 대응을 지적하며 “베를린 당국에 항의하고 철거를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관련 기사에 게재되고 있다.

 

일본 극우세력의 거친 반발은 과거 저지른 만행이 드러나고 이에 따른 비판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