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통령 선거까지 1년 6개월, 적지 않은 시간이 남았지만 대권의 시계에 가속도가 붙으며 잠룡들의 지지율 변화에 여론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여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지후보가 없는 부동층 비율이 30% 내외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변수는 많다.
뉴스1에 따르면 야권에는 유력한 후보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역대 대선이 결국 진보와 보수의 1 대 1 구도로 치러졌다는 점에 비춰보면 여권의 낙승을 예상하는 것은 섣부르다.
후보군에 이름도 없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순식간에 지지율 10%가 넘는 3위 후보로 부상한 것을 보면 대권판은 언제든 요동칠 수 있다.
민주당의 경우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강 구도가 자리잡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와 이 지사는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이재명 지사가 이낙연 대표를 맹추격해 박빙의 상황까지 만든 만큼 두 대권 주자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총리 시절부터 형성한 '대망론'이 흔들리는 가운데 7개월의 임기 동안 좋은 성적표를 받는 게 중요하다. 특히 당내 주류인 친문이 아닌 동교동계 출신인 이 대표 입장에선 당내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위기 극복 리더십'을 내세우며 당대표에 당선된 만큼 당 안팎의 악재 대응 능력이 이 대표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 취임 이후 민주당은 코로나19 극복, 공무원 피격 사건 처리 및 남북관계 개선, 추미애 장관 의혹 등에 대한 야당의 공세 차단, 윤미향 등 당내 문제 의원에 대한 처분 등 현안이 잇따라 발생했다.
위기 상황에서 대응이 서툴면 국무총리 시절 메르스, 조류독감, 강원도 산불 등 각종 재난을 성공적으로 대응하며 쌓았던 신뢰를 잃을 우려도 있다.
출범 한 달을 막 지난 이낙연 대표의 리더십은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소속 의원들의 잇따른 구설수와 북한발(發) 악재까지 겹친 정부여당이 큰 탈 없이 고비를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 취임 후 민주당 지지율은 35%대를 오르내리며 큰 반등은 없었지만, 오히려 악재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다.
지방선거급 규모로 치러지게 된 내년 4월 재보선도 이 대표가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냈다가 패하면 책임론에서 벗어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지난 7월 대법원이 내린 무죄 취지의 원심 파기환송 판결과 함께 급부상한 이 지사는 출신부터 스타일까지 이 대표의 대척점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정고시로 학업을 마친 노동자 출신의 이 지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기자로 활동한 후 국무총리 등 요직을 맡은 이 대표와는 다른 매력으로 대중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 지사는 각종 현안에 대한 '사이다' 발언으로 선명성 부각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와 이 대표는 각종 현안을 두고 맞붙었다. 이 대표가 이슈를 끌고 가려 하면, 이 지사가 비토를 놓으며 대안을 제시한다. 최근 2차 재난지원금, 전 국민 통신비 지급을 두고도 둘은 충돌했다.
지난 19대 대선 민주당 경선 때 문재인 당시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며 친문 지지자들과 정치적 '앙금'이 남은 이 지사로서는 외연 확장이 불가피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일 공개된 여론조사 전문업체 4개사의 전국지표조사(NBS)의 호감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중도층 59%에게 호감도를 기록하며 이 대표(51%)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기도 했다.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대권 주자들 간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판'을 주도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 없는 데다 대부분의 대권 주자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무르고 있어 야권이 본격적인 대권 구도에 돌입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 대권 주자들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체급'을 높이는 일이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이 1년 6개월에 불과해 지금부터 움직이지 않는다면 수많은 야권 대권 주자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여권 대권 주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의 대권 주자도 아닌,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의 대권 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야권 대권 주자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해 29일 내놓은 9월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21~25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2543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에 따르면 윤 총장은 10.5%를 얻어 이낙연 대표(22.5%) , 이재명 지사(21.4%)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여당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한 이낙연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쟁이 본격화되자 야권 대권 주자들의 움직임도 서서히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인물은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다. 원 지사는 SNS를 통해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원 지사의 지지세력도 뭉치고 있다. 싱크탱크인 코리아비전포럼은 최근 국회의사당 앞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도 잠행을 마치고 서서히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은 최근 국회의사당 인근 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조만간 개소식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이 공무원의 피격과 관련해 오랜만에 SNS 활동을 시작한 것도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기 위한 신호가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유 의원은 추석 연휴가 끝난 뒤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당 외부에서는 김무성 전 의원이 '킹 메이커'로서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전직 의원 40여명이 참여하는 모임(더 좋은 세상으로)을 꾸려 대권 주자 발굴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10월부터는 야권의 대권 주자들을 초청해 그들의 비전·구상을 듣고, 대선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더 좋은 세상으로'의 핵심 관계자는 "10월부터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론 홍준표 무소속 의원, 원 지사, 유 전 의원,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을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할 것"이라며 "본격적인 대선 프로젝트가 가동된다고 봐도 좋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잠재적인 카드다.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최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국민의당과 통합해서는 큰 효과를 거둘 수 없다"며 "내가 (안 대표의 정치적 역량을) 평가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연대 등으로 안 대표가 합류할 경우 국민의힘 내부의 쇄신 동력이 약화되는 동시에 당의 대권 레이스가 조기에 점화될 가능성이 높아 김 위원장이 안 대표와 의도적인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야권의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가 시작되는 시기는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선을 불과 1년 앞두고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선거 결과가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보궐 선거가 대권 주자들의 영향력·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보궐 선거를 치르면서 의외의 인물이 대권 주자군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