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1920∼1946) 상임이사국이 된지 100년을 맞아 이번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를 노리고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일본 혼자 승격 운동에 나선 것은 아니고 오래 전부터 상임이사국 자리를 노려 온 독일, 인도, 브라질까지 4개국이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하지만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일본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고 무엇보다 북한의 반발이 거세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1920년 이후 100년 만에 ‘상임이사국’ 재도전
3일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 스가 요시히데 내각 출범을 계기로 오랫동안 꿈꿔 온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입성을 강력히 추진하고 나섰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지난달 22일 유엔 회의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 “일본이 상임이사국으로서 평화로운 국제사회 실현에 공헌할 각오를 갖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문제를 놓고 지난달 23일에는 일본, 독일, 브라질, 인도 4개국 외교부 장관이 온라인 화상회의를 가졌다. 4개국 모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고 싶어하는 나라들이다. 이들은 “세계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 대응을 위해 상임이사국 확대를 포함한 개혁이 필수적”이라며 “우리 4개국은 국제평화 유지에 책임을 지는 능력과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화기애애하게 의기투합했다.
현재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5개국이다. 모두 핵보유국이고 또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이란 공통점이 있다. 유엔 창설 당시 상임이사국이던 소련이 1991년 해체되면서 러시아가 옛 소련의 지위를 물려받았다. 중국의 경우 유엔 창설 당시엔 중화민국(현 대만)이 상임이사국이었으나 1971년 ‘중공’으로 불리던 중화인민공화국(현 중국)이 그 자리를 넘겨받았다.
◆국제연맹 시절 상임이사국 역할 제대로 안 해
유엔 자체가 2차 대전의 결과로 탄생한 만큼 패전국인 일본에게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는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1960∼1970년대를 거치며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하고 또 동맹국인 미국의 후원을 받으며 상임이사국이 될 야심을 키우기 시작했다.
일본은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1920∼1946) 시절 상임이사국으로 활약한 전례가 있음을 누누히 강조한다. 국제연맹은 제1차 세계대전의 5대 전승국(영국·프랑스·미국·이탈리아·일본) 중 의회 반대로 연맹에 가입하지 못한 미국을 제외한 4개국이 상임이사국을 맡았다. 이후 독일과 소련(현 러시아)이 추가돼 상임이사국이 6개국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문제는 영국과 프랑스를 제외한 나머지 상임이사국들은 ‘평화 유지’라는 본연의 사명을 저버리고 되레 전쟁을 통한 영토 확장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국제연맹에서 ‘침략자’라는 비난을 듣자 아돌프 히틀러의 독일과 베니토 무솔리니의 이탈리아는 연맹 탈퇴로 맞섰고, 일본도 곧 그들의 뒤를 따랐다. 소련 역시 이웃나라 핀란드를 침공했다가 국제연맹에서 제명당했다. 2차 대전이 터졌을 때 국제연맹 상임이사국은 영국과 프랑스 두 나라뿐이었다.
◆北 “과거청산 회피하는 일본, 결코 자격 안 돼”
이처럼 국제연맹 시절 제대로 역할을 하지도 않았으면서 오직 ‘상임이사국을 지냈다’는 점만 강조하는 일본을 보는 주변국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한국은 오랫동안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지금의 5개국에서 더 늘리는 방안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중국 역시 과거 적국이었던 일본, 그리고 현재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원치 않는다.
여기에 북한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북한 외무성은 개천절인 이날 홈페이지에 김설화 일본연구소 연구원 명의로 ‘일본은 유엔 안보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될 자격이 없다’라는 제목의 글을 싣고 “과거청산을 한사코 회피하면서 죄악에 죄악을 덧쌓고 있는 일본은 절대로 안보리 상임리사국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자기네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늘려 거기에 한 자리 얻으려고 하면서 정작 현행 주요7개국(G7)을 G11 또는 G12로 확대하는 방안에는 난색을 표하는 일본의 태도에 ‘이중적’이란 지적도 쏟아진다. 얼마 전 올해 G7 의장국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G7에 한국 등을 포함시켜 G11 또는 G12로 재편하자”고 제안하자 일본은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한 바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