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배우자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미국행에 대해 “거듭 송구스럽다”며 재차 머리를 숙였다. 강 장관은 “이 교수도 굉장히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 장관은 최근 서거한 사바 알 아흐메드 알 자베르 알 사바 쿠웨이트 국왕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 위해 주한 쿠웨이트 대사관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강 장관은 그러면서 ‘남편과 추가로 대화한 것이 있냐’는 질문에 “계속 연락은 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이 교수의 귀국 일정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한편 이 교수는 자신의 미국행에 논란이 일자 개인 블로그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 교수는 해당 블로그에 ‘미국에서 요트를 구입해 카리브해까지 항해할 계획’이라고 적었다. 이어 “유럽에 있는 뉴욕 알루미늄 보트 ‘캔터51’ 선주의 답이 왔다. 10월 3일에 보자고 한다”며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항해 준비를 할 계획을 적었다. 캔터51은 캔터라는 회사에서 만든 51피트(약 15m) 길이의 세일링 요트다.
지난 3일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한 이 교수는 ‘정부가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했다’는 KBS 취재진의 지적에 “코로나가 하루 이틀 안에 없어질 게 아니잖아요. 그러면 맨날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라고 답했다.
이어 ‘공직에 있는 사람 가족인데 부담이 안 되냐’고 묻는 말에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양보해야 하나. 모든 걸 다른 사람을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다”고 답했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강 장관은 전날(4일) 오후 외교부 실·국장급 간부들과 회의 자리에서 “국민들께서 해외 여행 등 외부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런 일이 있어 경위를 떠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후 청사를 나가면서도 기자들을 향해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하지만 당시 ‘남편에게 귀국을 요청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남편이)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간 것이라서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앞서 배우자의 여행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으며 설득도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본인도 잘 알고 있고 저도 설명을 하려고 했습니다만 결국 본인도 결정해서 떠난 거고 어쨌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 장관이 거듭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위해 정부가 국민들의 추석 귀경까지 제한 권고했던 터라 강 장관 배우자의 취미생활을 위한 해외 여행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