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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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인앱결제 강행에 고심 깊어진 국내 개발사·ICT기업

앱마켓 마땅한 대안 없어 한숨만
앱 자체 결제시스템 사용 못해
소비자 서비스 가격 인상 불가피
국내 개발·콘텐츠 업계 강력 반발
방통위, 부당행위 점검 나설 계획
사진=AP연합뉴스

구글이 자사 앱마켓인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제공되는 앱과 콘텐츠에 인앱 결제를 의무화하기로 하면서 국내 개발사 등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다른 앱마켓으로 시선을 돌리는 움직임도 감지되지만, 이미 구글 점유율이 약 3분의 2에 이르는 만큼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양대 앱마켓인 구글플레이스토어와 애플의 앱스토어 외에 원스토어와 같은 다른 앱마켓에 입점하거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기업들이 늘고 있다.

 

구글은 지난달 말 구글플레이스토어에 입점한 앱들을 대상으로 구글플레이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책 변화를 발표했다. 이는 앱 결제 시 구글에 30%의 수수료를 내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신규 앱은 내년 1월20일부터, 기존 앱은 내년 10월부터 적용받는다.

 

카카오는 자사의 콘텐츠 앱들을 이통통신사들과 네이버가 주요 주주인 원스토어에 입점시키지 않았지만, 이에 대한 변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앱 외에 웹사이트를 통한 결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와 캐릭터, 아바타 등을 제공하는 게임을 비롯해 일·월별 정기결제를 해야 하는 각종 구독형 앱 서비스 등 대부분의 앱이 자체 개발한 인앱 결제 시스템을 쓰지 못하게 되고, 수수료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마다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증가하는 수수료만큼 서비스 가격을 인상하거나, 손실을 자체적으로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구글이 시장지배업자가 돼버린 상황에서 사실상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므로 대응을 모색 중이기는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모바일산업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에 서비스 중인 앱마켓 매출액은 구글플레이스토어가 5조9996억원(63.4%)이고, 애플의 앱스토어가 2조3086억원(24.4%), 원스토어가 1조561억원(11.2%)이었다. 나머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앱마켓과 중국 및 해외의 각종 앱마켓의 매출액을 모두 더해도 1000억원이 넘지 않았고, 비율상으로는 1.0%에 그쳤다.

 

구글의 새 정책 발표 이후 국내 개발사 및 콘텐츠 업계는 “글로벌 거대 플랫폼이 ‘앱 통행세’를 강제한다”며 강력히 반발하는 모습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성명을 통해 “구글플레이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것은 앱 사업자들 덕분”이라며 “시장지배적 지위를 악용해 사업자와 이용자를 종속시키려는 행위는 생태계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사업자와 이용자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사안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상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또는 제한을 부당하게 부과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실태점검 등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과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이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 결제 강제를 방지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는 등 관련 입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7일 열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구글플레이의 정책 변화와 관련한 질의를 위해 구글코리아의 낸시 메이블 워커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불출석 통보를 받았다. 워커 대표가 방역수칙 준수 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함에 따라 존 리 사장이 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이전 국감에서도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질타를 받았던 만큼 맥 빠진 질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