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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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자네 기다리겠네” 태영호, 北조성길과 인연 ‘주목’

조성길 잠적 당시 ‘제3국 망명설’ 돌자… 태영호, 韓망명 촉구 글 올려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대사대리가 2018년 3월 이탈리아 베네토 주의 트레비소 인근에서 열린 한 문화 행사에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2년 전 잠적한 북한의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대사대리가 제3국이 아닌 한국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에게 한국행을 권유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과의 인연이 주목받고 있다.

 

7일 정보당국 등에 따르면 2018년 11월 이임을 앞두고 부인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잠적한 조 전 대사대리는 8개월 만에 지난해 7월 인천공항을 통해 부인과 한국에 들어왔다. 이후 지난해 8월 국가정보원은 조 전 대사대리에 대해 “이탈리아를 떠났고, 어디에선가 신변 보호 중”이라고 밝혔지만, 당시 국내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망명 당시 데리고 오지 못하고 공관에 남겨진 딸은 강제 북송설이 돌았는데, 조 전 대사대리 부부 입국이 1년 넘게 비공개된 것을 두고 딸의 신변을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제3국 망명설’이 돌았던 지난해 1월 조 전 대사대리에게 한국 망명을 촉구하는 글을 남겼던 태 의원의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태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성길아, 너와 직접 연락할 방도가 없어 네가 자주 열람하던 나의 블로그에 장문의 편지를 올린다”고 적었다. 또 그는 “한국에 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민주화되고 경제적으로도 발전했다”면서 “한국은 나나 자네가 이루려던 바를 이룰 있는 곳”이라고 했다.

 

‘성길아’, ‘자네’ 같은 호칭을 쓸 정도로 두 사람은 친밀한 관계다. 태 의원은 “우리가 평양에서 헤어진 지도 어엿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구나”, “애들과 집사람은 자네 소식이 나올 때마다 2008년 1월 우리 가족이 로마에 갔을 때 자네가 우리 애들을 로마 시내와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에 데리고 가 하나하나 설명해주던 때를 추억하네”, “서울에 와 보니 나와 자네가 다닌 평양외국어학원 동문이 생각보다 꽤 많네” 등에서 두 사람의 인연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태 의원은 조 전 대사대리를 향해 “한국으로 오면 신변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나를 보호하기 위해 매일 여러 명의 경호원이 밀착 경호를 하네. 국민 혈세를 내가 너무 쓰고 있지 않나 미안할 정도”라고 안심시켰다. 그러면서 자녀교육, 임대주택 제공 및 정착금 지원 등 탈북민 정책을 열거하거나, 자신이 쓴 ‘3층 서기실의 암호’가 베스트셀러가 된 사실을 언급하며 “자네도 한국에 와 자서전 하나 쓰면 대박 날 것일세”라고 적기도 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국민의힘 제공

태 의원은 “서울에서 자네를 기다리겠네. 지금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자네에게 이렇게 지루한 긴 편지를 보내 미안하다”며 “상봉의 그 날을 고대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조 전 대사대리의 아버지와 장인은 모두 북한 대사를 지낸 고위급 외교관이며, 조 전 대사대리 역시 엘리트 외교관을 배출한 평양외국어대를 졸업했다. 국정원은 조 전 대사대리의 잠적 사실이 처음 알려진 지난해 1월 그의 신변은 이탈리아 당국이 보호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한국 망명 요청 등 귀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조 전 대사대리가 잠적 후 이탈리아나 제3국에서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에 망명을 타진했다는 관측이 현지 언론에서 제기된 바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