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하는 ‘갭 투자’로 집주인 1명이 200명이 넘는 세입자의 보증금 413억여원을 떼먹은 사실이 드러났다.
7일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상위 30위 임대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에 사는 집주인 A씨는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사례가 202건에 달했다. 금액은 413억1100만원으로 집계됐다. A씨는 무리하게 전세를 낀 주택을 사들이는 갭투자를 하다가 이런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HUG는 A씨가 돈을 돌려주지 못한 202건 중 186건에 대해 보증금 382억1000만원을 세입자들에게 대신 갚아줬다. 아직 A씨로부터 변제금 중 한 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은 보험 가입자(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이면 이를 공공 보증기관인 HUG와 민간 보증기관 SGI서울보증이 대신 지급(대위변제)해주고, 추후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A씨 외에도 서울 마포구의 B씨는 세입자 50명에게 전세금 101억5800만원을 되돌려주지 않았고, 강서구의 C씨도 세입자 48명에게 전세금 94억8000만원을 갚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서는 충남 예산군의 D씨가 세입자 12명에게 28억6100만원의 보증금을 변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세보증금 미반환 건수가 가장 많은 집주인 상위 30명은 모두 549건의 보증사고를 내 1096억4000만원을 갚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HUG는 이 중 966억6400만원을 대신 갚아줬지만, 집주인에게 돌려받은 금액은 12.1%(117억3100만원)에 그쳤다.
김 의원은 “단 1명이 저지른 보증사고로 수백가구의 전세보증금과 수백억원의 세금이 상실되고 있다”며 “주무 부처가 미연에 사고 발생을 막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