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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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미시간 주지사 납치 음모 13명 체포… 대선 전후 폭력 사태 우려 증폭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 연설하는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디트로이트=AFP연합뉴스

미국 미시간주 주지사를 납치하려는 무장단체의 음모가 사전에 적발됐다. 이들은 군사 훈련을 하고 폭발물까지 구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선 전후 극단주의자들의 폭력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전날 한 무장단체와 함께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납치 음모를 꾸민 혐의로 6명의 남성을 체포했다.

 

FBI가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수사 문건에 따르면 이들은 올 여름부터 휘트머 주지사 납치 구상을 논의하기 시작해 8, 9월 휘트머 주지사의 별장을 몰래 감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11월 대선 직전에 휘트머 주지사를 납치하려 했고, 전날 만나 폭발물과 전술 장비를 구입할 계획이었다고 FBI는 설명했다.

 

이들 중 한 명은 200명의 남성을 모아 미시간주 랜싱의 주정부 청사를 기습하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8∼9월 무장단체 대원들과 함께 사격 연습과 군사 훈련을 하는 등 범행을 사전에 ‘리허설’하고, 폭발물을 직접 만들려고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휘트머 주지사를 인질로 잡아 위스콘신주의 안전한 곳으로 옮겨 “반역죄로 재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들 외에 경찰과 주의회 의사당 공격을 계획하고 “내전을 시작하자”고 모의한 혐의로 7명을 추가로 붙잡았다고 미시간주 검찰이 밝혔다. FBI는 잠복 요원과 비밀 정보원들을 통해 이들 일당의 암호화 메시지를 입수해 납치 음모를 사전에 적발할 수 있었다.

 

휘트머 주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비필수 업종 ‘셧다운’과 마스크 의무화 등을 펼쳐 우파 극단주의자들의 비판을 샀다. 그는 자신을 겨냥한 납치 음모에 “증오, 편견, 폭력은 미시간주에 설 자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봄 주지사 행정명령에 항의하기 위해 랜싱에 모인 수천명의 시위대 중 다수가 독일 나치의 상징과 남부연합기를 소지하거나, 반자동소총을 들고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미시간을 해방시켜라!”는 트윗 메시지를 올려 이런 폭력시위를 부추겼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시간주에 대해 1995년 오클라호마시티 폭탄 테러 사건의 범인들이 소속된 ‘미시간 민병대’ 등 전통적으로 반정부 무장단체 활동이 활발한 지역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