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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떠나는 집 근처 가을 길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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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 갈맷길 1-2코스 죽성성당 한국관광공사 제공

붉은 단풍과 노란 은행잎으로 채색되기 시작하는 10월은 여행자들의 천국이다. 봄을 화사하게 꾸미는 벚나무는 가을에도 가장 먼저 붉은 옷으로 갈아입으며 낭만을 이끈다. 가을 정취를 만끽하러 마냥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는 계절이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이 쉽지 않다. 하지만 멀리 갈 필요는 없다. 잠시 눈을 돌리면 동네에도 가을 낭만 가득한 길들이 이어진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동네 길을 따라 가을 속으로 걸어간다.

 

부산 기장 갈맷길 1-2코스 해동용궁사 한국관광공사 제공

# 부산 기장 갈맷길 1-2코스

 

색이 점점 짙어지는 파도와 거칠어지는 10월의 바다. 암벽 위 정자. 그리고 단풍길.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부산 갈맷길 1-2코스는 요즘 가을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풍경으로 가득하다. 부산에는 여러 갈맷길 코스가 있다.

 

그중 기장군청을 시작으로 죽성만∼대변항∼오랑대∼해동용궁사∼송정해수욕장∼문탠로드로 이어지는 1-2코스는 해안가 도로 중심으로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 코스 중 하나다. 전체 코스는 21.4 km에 달해 모두 완주하려면 6시간 정도 걸린다. 오래 걸어도 땀이 흐르지 않는 계절이라 날을 잡아 코스를 모두 돌아보면 좋다. 출발지와 도착지에는 인증대가 있어 재미 삼아 도장을 찍어 보관할 수 있고 무엇보다 뿌듯한 성취감을 안고 돌아갈 수 있는 코스다. 하지만 짧게 돌아봐도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 충분하기에 무리할 필요는 없다.

 

부산 기장 갈맷길 1-2코스 송정 해수욕장 가는 대나무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기장군청에서 죽성만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인도가 좁은 편이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걸어 대변항으로 나가면 전형적인 어촌 마을이 눈앞에 펼쳐진다. 특히 거친 파도가 부딪히는 암벽 위의 작은 정자 오랑대는 여행자들에게 절경을 선사하는 뷰포인트다. 갈맷길 1-2코스 절정은 해동용궁사. 고려시대 가뭄으로 근심하던 백성들을 위해 지어졌는데 바다 위에 서 있는 듯한 시원한 개방감을 준다.

 

송정해수욕장은 가을 바다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요즘 서퍼들의 성지로 뜬 곳으로 파도를 가르는 서핑의 매력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준다. 봄에는 화사한 벚꽃으로 물들지만 가을이면 울긋불긋 단풍으로 갈아입는 달맞이길 언덕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은 여행의 낭만을 더한다. 

 

정읍사 오솔길 2코스 호수 데크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북 정읍 백제가요 정읍사 오솔길 2코스

 

내장산은 가을 단풍을 대표한다. 온 산을 붉게 물들이며 타는 듯한 단풍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가을 풍경을 가슴 깊이 새겨놓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가요 ‘정읍사’를 테마로 한 정읍사 오솔길이 꾸며져 있으며, 10월 중순 이후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든다.

 

이 중 2코스는 내장호를 둘러싼 황톳길과 내장 생태공원을 연결하는 수변 데크길로 절정의 단풍을 편하게 즐기며 걷기 좋다. 월영마을(문화광장)∼내장산 조각공원∼내장산 단풍테마랜드를 거치며 내장호를 한 바퀴 둘러 월영마을로 돌아오는 4.5km가량의 코스로 천천히 걸어도 1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정읍사 오솔길 2코스 내장호 한국관광공사 제공

정읍사 오솔길 2코스는 자전거길로 시작되지만 둑 위로 올라서면 빽빽한 단풍나무 사이를 걷는 수변 데크길이 이어진다. 중간중간 풍경을 보며 쉴 수 있는 공간들이 잘 조성돼 있어 가족들이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한여름에는 백양사 부근에만 핀다고 전해지는 백양 상사화를 볼 수 있다. 코스 중반에서 내장산 조각공원(재생 식물원)을 만날 수 있고 조각공원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엔 내장산 단풍테마랜드가 있다. 가볍게 도심을 둘러싼 큰 호수를 걸으며 산책할 수 있고 다양한 테마공원에서 힐링도 하는 매력을 두루 지녔다. 

 

여수 호랑산 둘레길 편백나무 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전남 여수 호랑산 둘레길

 

벚꽃엔딩을 즐기려 찾는 여수 밤바다는 가을에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여수산단 근처에 솟은 호랑산은 오래전부터 인근 주민과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은 곳이다. 호랑산 둘레길은 남해화학사택∼자내리고개∼평영동임도삼거리∼대곡마을뒤 임도삼거리∼봉계저수지∼대곡마을∼여도중학교를 거쳐 남해화학 사택으로 돌아오는 길로 13km에 달한다. 전체 코스는 완주하려면 4∼5시간 걸리지만 호랑산 중턱을 따라 크게 한 바퀴 도는 코스로 산세가 높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게 오를 수 있다. 특히 정상에 서면 여수산단을 비롯한 풍광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여수 호랑산 임도 자전거 라이딩 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정상의 호랑산성에서 통일신라시대의 유물이 발견될 정도로 역사가 깊은 곳이다. 신라의 화랑들이 무예를 갈고닦은 곳이라 예전에는 ‘화랑산’으로 불렸다. 7개 코스가 다양한 매력을 뽐낸다. 울창한 편백 숲은 피톤치드 가득하고 대나무 숲 사이로는 아담한 오솔길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여수 각 지역으로 흘러드는 물줄기가 흐르는 계곡,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숲길도 만난다. 

경북 의성읍 둘레길 두충나무길 한국관광공사 제공

#경북 의성읍 둘레길

 

마늘의 본고장 의성은 가을이면 단풍놀이 명소로 변신한다. 의성 도심을 두루 느낄 수 있는 의성읍 둘레길이 백미다. 의성 종합운동장에서 시작해 구봉공원과 남대천, 전통시장을 거쳐 다시 종합운동장으로 돌아오는 길로 약 7.5km 가량 펼쳐진다. 숲속 길과 하천, 논길, 도심을 두루 거치지만 동네 산책하듯 평탄한 코스로 이어진다. 여유롭고 한적한 길들이 이어져 사색하기 좋다.

 

하천을 따라 심어진 벚나무 잎들은 가을 옷으로 갈아입었다. 벚꽃이 화사한 봄에는 꽃놀이로, 단풍이 드는 가을에는 단풍놀이로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곳이다. 의성읍 둘레길의 하이라이트는 사계절 멋진 길이 드리워진 두충나무길이다. 둘레길 막바지에서 만나는 전통시장 주변에는 마늘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즐비하며 마늘치킨이 가장 인기다. 

경북 의성읍 둘레길 라벤더 한국관광공사 제공

#경기 수원팔색길 여우길

 

수원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수원팔색길은 모수길에서 지게길, 매실길, 여우길, 도란길, 수원둘레길, 효행길, 화성성곽길까지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다. 그중 으뜸은 여우길. 수원 사람들의 안식처인 광교저수지와 원천저수지를 잇는 길로 실제 여우가 살았던 곳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천호수에서 출발하는 여우길은 여우골 숲길∼봉녕사∼광교공원∼경기대학교 수원캠퍼스∼광교역사공원∼광교중앙공원∼원천호수∼신대호수∼원천리천으로 이어진다. 모두 10.7km로 다소 긴 편이지만 짙푸른 녹음이 하늘을 채우는 숲속 산책로 등 코스가 다채롭다. 호수에 비친 수원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