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필리핀에서 발생한 한국인 상대 범죄 피해자가 1년 새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필리핀에서 한국인을 겨냥한 사건의 피해자가 1271명에 달했다. 2017년 604명, 2018년 602명에 불과했지만 불과 1년 만에 2.1배 증가했다.
전체 피해 유형 중 절도·분실이 76.9%(977명)로 가장 많았다. 문제는 강도·납치감금·행방불명 등 강력 범죄의 피해자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강도 피해자는 2018년 8명에서 지난해 19명, 납치감금 피해자는 같은 기간 9명에서 14명으로 증가했다. 행방불명 사건에 연루된 피해자는 1년 만에 30명에서 96명으로 3.2배 급증했다.
필리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범죄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2016년 6월 취임 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감소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허술한 총기관리, 취약한 현지 경찰의 수사력, 부패 경찰, 부유한 한국인을 상대로 한 표적범죄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다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달에는 필리핀계 미국인인 인플루언서 벨라 포치가 자신의 틱톡에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문신 영상을 올린 것을 계기로 일부 한국인 네티즌이 사과를 요구하며 필리핀 비하 발언을 하자 필리핀 네티즌이 항의하며 ‘#CancelKorea(캔슬 코리아)’운동을 벌여 30만명 넘게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했다. 한국·필리핀 네티즌이 충돌, 반한감정이 더욱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조 의원은 외교부에 공공외교 전략 수정을 주문했다. 2017∼2019년 외교부가 필리핀에서 집행한 공공외교 예산 6억9400만원 중 78.2%(5억4300만원)가 강연과 세미나, 지방자치단체와의 공동 국제행사 등 기념사업에 쓰였다.
반면 같은 기간 필리핀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한국주간행사에는 1억300만원, K팝 행사에는 1300만원이 쓰이는 데 그쳤다.
조 의원은 “직접 필리핀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공공외교 사업이 아니라 의례적 외교행사 사업에 10배 이상의 예산을 집행하는 모습은 공공외교에 대한 외교부의 잘못된 인식을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라며 “특정 국가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국민의 감정이 나빠지면 지금까지의 외교적 노력과 성과 모두 수포가 될 수 있다. 필리핀 상황을 고려한 공공외교 사업이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