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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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든든하게 나를 지켜주는 방문간호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작된 후 강원도 탄광지역에서 방문간호기관을 12년차 운영해 오고 있다. 방문간호는 주로 전신마비, 대퇴골절 등으로 인한 와상상태의 어르신들이 이용하고 있는 데다가, 지역특성상 이용할 병·의원 수가 적은 곳이라 간호사도 충분히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어서 곤란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는 한다. 이런 상황에 있는 지방의 방문간호 기관으로서, 대면진료 이후 중증 와상으로 내원진료가 힘든 장기요양 수급자에 대한 방문간호제도인 ‘재가 수급자 건강관리강화 시범사업’은 큰 도움이 되었다.

전정예 강원도 태백시 다같이효종합복지센터장

한 어르신은 경추 손상에 따른 전신마비로 30여년을 침상에만 누워 계시다 보니 무기력하고, 장기간 도뇨관 장착에 따라 요로감염, 폐렴 때문에 119로 응급실 이용횟수가 잦아 경제적 부담도 커서 본인과 가족의 우울감도 높았다. 그분을 관리하던 중에 ‘수급자 건강관리강화 시범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간호사와 협진 의사가 태블릿을 통해 상호 케어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예방, 건강관리를 하고 가족을 대상으로 한 케어 방법 교육도 가능했다. 어르신의 요로감염 증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열을 내리는 방법, 적절한 처치 등으로 악화예방과 통증이 경감되어 너무 다행이라며 만족해했다.

사실 태블릿에 있는 영상 협진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기록하는 방법을 익히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어르신과 가족, 간호사에게는 내원을 위한 이동에 따른 수발의 부담과 수시로 응급실을 이용하면서 드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었다. 이용 만족도가 높아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호사 입장에서도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

좌측 대퇴골 무혈성 괴사증에 따른 만성 통증으로 병원을 자주 가시던 어르신의 경우도 있다. 직장에 다니는 아들이 늘 어머니 병원 동행을 위한 조퇴나 외출이 잦다 보니 동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가며 힘들게 돌보던 분이다. 케어 문제와 통증 발생 시 태블릿을 통해 영상으로 상태를 설명하고 케어 방법에 대해 의사와 상담을 통해 문제 해결을 해주니 보호자는 직장에서 눈치 보는 일이 줄었고, 어르신 또한 바쁜 아들 등에 업혀 병원에 가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더셨다.

연립주택 3층에 거주하시는 또 다른 어르신은 퇴행성 관절통으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분인데 음식 두드러기로 우울해하셨다. 약 처방으로 일시적인 호전이 있었으나 반복적인 증상으로 고통스러워하셨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영상으로 의사와 상담을 통해 의료진 간의 꾸준한 관찰과 의견 제시로 인공조미료가 원인으로 추측되었다. 이후 식단 관리를 하면서 식사량이 늘어 기력이 회복되셨고 우울감도 해소되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감염병의 출현으로 모든 분야에서 비대면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었다. 고령이면서 도움이 필요한 장기요양 대상자에겐 더욱 그러하다. 병원과 거리가 먼 곳에 계신 어르신, 와상 중증 어르신 등 의료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에게는 방문간호사가 정기적으로 돌보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 협진의사와 수급자 증상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지금은 일부만 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확대되어 많은 어르신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어르신의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정예 강원도 태백시 다같이효종합복지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