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과 농어촌공사 등 공공기관 5곳이 828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묻지마 투자’를 했다고 한다. 농어촌공사는 옵티머스 주식 9.8%를 보유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비상임 이사로 있던 곳이다. NH투자증권이 7쪽짜리 제안서만 보고 옵티머스 펀드의 90%가량을 판매한 것도 의혹투성이다. 옵티머스의 정·관계 로비 정황을 담은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의 일부 내용은 사실로 드러났다. “공공기관과 금융기관들을 ‘옵티머스 먹잇감’으로 밀어 넣은 정·관계 배후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정이 이런데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그제 “펀드 사태의 여권 인사 연루 의혹을 직접 알아봤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부풀리기 등은 야당의 고질병”이라고도 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국회에서 ‘당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주라고 5000만원을 건넸다’는 라임 전주(錢主)의 법정 진술에 대해 “(전달자는) 돈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조서에 기재돼 있다”고 선을 그었다. 옵티머스 내부 문건이 “허위 문건”이라고 했다.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닌가.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무책임하게 규정해선 안 될 일이다.
청와대는 지난 7월 스타모빌리티 이모 대표가 강 전 수석을 만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출입기록 등을 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거부했다. 보안시설을 이유로 들었지만 권력 비리와 관련해선 전에도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금감원이고 (청와대)민정실에도 다 내 사람’이란 라임 전주의 문자까지 공개된 마당이다. 여론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는지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청와대에 지시했다.
국민적 의혹이 큰 사건인 만큼 제대로 수사하라고 독려해도 모자랄 판에 여권의 ‘수사 물타기’ 행태는 곤란하다. 서울중앙지검 ‘옵티머스 사건’ 수사팀을 대폭 증원하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요청에 추 장관은 5명 추가 파견만 승인했다. 신속한 진상 규명을 원하는 국민의 기대에 어긋난다. 친정부 성향의 참여연대조차 어제 “옵티머스·라임 사태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권이 권력형 비리를 비호한다는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수사에 일절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