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5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노동관계법 개정 제안에 “검토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야당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제안하는지에 따라 검토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황 수석은 “아직은 야당에서 노동법 개정의 구체적 내용을 말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일각에 (김 위원장이) 해고를 쉽게 하는 과거 정부의 개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김 위원장이 그런 개혁을 염두에 두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며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황 수석의 언급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장과 결이 다른 것이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 6일 김 위원장의 노동관계법 제안을 “이 시기에 해고를 쉽게 하고 임금을 유연하게 하자는 것은 노동자들께 너무 가혹한 메시지”라며 반대했다. 그 이후로도 민주당의 입장은 변한 게 없다. 여야의 관련 논의도 진척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공정거래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노동관계법 개정을 동시에 처리하는 빅딜 필요성이 거론된다.
노동계 출신인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지난 6일 “노동법 개편 제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며 “김 위원장의 제의를 계기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근본적인 사회개혁 방안을 도출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공정경제 3법과 관련해서도 당 일각의 우려가 있다. 특히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3% 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에 대해선 이견이 제기된다. 감사위원 선출 때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 이하로 제한하는 3% 룰이 도입되면 국내 기업이 경영권 탈취를 노리는 헤지펀트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있고, 공정위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고발 남발로 인해서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청와대발 ‘노동관계법 개정 검토’ 메시지가 빅딜의 신호탄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공정경제 3법에 대해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밝힌 점도 빅딜 협상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민주당 이 대표에게 공정경제 3법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함께 올해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핵심 과제다. 대선 출마를 위해 내년 3월 전에 당 대표직에서 내려와야 하는 이 대표는 임기 중에 여권 지지층이 찬성하는 공정경제 3법 처리와 공수처 설치를 업적으로 남기겠다는 생각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 추진 속도를 늦춰달라는 재계 요구에도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배경이다. 민주당은 그간 공정경제 3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재차 공언한 만큼 야당과의 정면충돌은 불가피하다. 빅딜은 여당의 강행처리라는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묘수가 될 수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코로나19 이후 경제·사회 전 분야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된다”며 “노동법이 성역화돼 있는데 ‘경제 3법’뿐 아니라 노사관계와 노동법도 함께 개편해야 한다는 걸 정부에 제의한다”고 말했다. 공정경제 3법을 밀어붙이는 여권에 노동법 개정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정의당 김종철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내 얘기를 해고를 쉽게 하자는 걸로 몰아가면 논의 자체를 할 수가 없다”며 “해고를 쉽게 하자는 게 아니라 근로자들이 혜택 받을 수 있는 노사 관계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주관으로 대한상의와 삼성·현대차·SK·LG 4대 그룹 부설 경제연구소가 참여하는 ‘공정경제 3법 관련 당·경제계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재계 의견을 듣는 절차를 밟고 있지만 “예정대로 처리”, “이전 국회 때부터 오래 논의한 내용”이라며 밀어붙이고 있어 야당 반발이 뒤따른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여당 태도에 대해 “경영계의 걱정을 가볍게 엄살로 치부해선 안 된다”며 “경제 3법은 ‘답정너’가 아니라 근거에 기반해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황 수석의 발언에 관한 입장문에서 “노동 개악의 초시계가 눌러져 째깍째깍 돌아가는 지금의 상황에서 황 수석은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민주노총은 강한 유감을 표하며 그 진위를 따져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미·박현준 기자 engin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