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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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국감장에 울려퍼지자 김현미 실소

金, 부동산정책 지적하는 질의에는 “죄송”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가수 나훈아의 ‘테스형’ 노래를 틀자 웃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는 최근 화제가 된 ‘가왕’ 나훈아의 ‘테스형’이란 제목의 곡 일부 대목이 울려퍼졌다. 야당 의원이 정부의 부동산정책으로 국민이 힘들어한다고 지적하면서 벌인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 노래를 듣고 실소를 터뜨렸다. 일각에선 김 장관의 웃음이 주택 문제로 힘들어하는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김 장관은 최근 쿠웨이트 국장 장례식에 조문을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시간에 정부의 잘못된 주택정책으로 많이 상심한 국민에게 위로를 해야 했다”며 “최근 가수 나훈아가 공연으로 많은 국민을 위로했는데 신곡 테스형을 들어봤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 장관이 “못 들어봤다”고 하자 송 의원은 영상과 함께 테스형 일부 대목을 틀었다. 지난 8월 발매된 나훈아의 정규 9집 수록곡인 테스형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형’이라고 부르며, 인생의 의미와 세월에 대한 고민을 묻는 가사로 이뤄져 있다.

 

송 의원은 이어 “우리나라에서 BTS(방탄소년단)가 나왔고 최고 수준의 기업도 나왔는데 왜 국민들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시대가 됐느냐”라고 반문하며 “정부가 20번 넘게 (부동산)대책을 냈지만 국민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장관은 “(송 의원의) 모든 말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국민께 걱정을 끼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 의원의 실소를 두고 온라인 공간에선 “지금 웃음이 나오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날 국토부 국감에서는 특히 전세난 문제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띄워 주택 문제로 고심 중인 한 사람의 사연을 공개했다. A씨로 지칭된 이 사람은 자신이 사는 전셋집에선 나와야 하는데 거꾸로 자신이 소유한 집 처분은 세입자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이 “A씨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김 장관은 “새로운 집을 알아보시는 것이 좋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A씨는 마포에 사는 홍남기씨의 사연”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사연을 익명으로 바꿔 질의한 것이다.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교통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왼쪽)이 국토위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마스크 끈 부위에 손을 대고 있는 모습. 세종=뉴스1

 

송 의원도 홍 부총리의 사례를 언급하며 “주택정책 최악의 상황이 홍 부총리의 딜레마를 통해 나타났다”며 “전세에 살 수 없고 매물로 내놓은 주택도 세입자가 갈 데가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상황인데, 이를 두고 ‘홍남기 부메랑’이니 ‘홍남기 딜레마’라 부른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전세 거래 현장에서 공인중개사 등과 대화한 녹취를 틀기도 했다. 전세 매물이 하나도 없고, 1년 전에 비해 5억~7억원가량 가격이 올랐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김 장관은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일정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전세시장이 안정화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느냐고 질의하자 김 장관은 “1989년에 임대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을 때 5개월가량 불안정했는데, 지금은 그때와 같다고 말할 수 없지만 일정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 장관은 전세시장 불안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경우 대책을 낼 수 있느냐고도 물었는데, 김 장관은 “일단 시장 상황을 좀 더 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전세난을 둘러싼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정부와 여당은 추가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