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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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 부진에도 4분기 공모주 청약열기 이어질 듯 [마이머니]

상장 기업 늘고 증시 하반기 회복세 진입
‘빅히트’ 시가총액 과대평가 지적많아
매출구조 BTS에 의존도 커 문제로
‘대어’ SK바이오팜은 3일째 상한가
예비 상장 30곳·50곳 이상은 심사중
‘빅히트’ 후 매주 2∼3개 청약 이뤄져
바이브컴퍼니·센코 등 눈여겨 볼만

공모주가 심상치 않다. 한때 공모주는 사놓기만 하면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 이틀 만에 급락하면서다. 이에 대어급 기업공개(IPO) 흥행에 힘입어 올해 4분기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에 ‘노란불’이 켜졌다. 그런데도 4분기에 매력적인 IPO가 예정돼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빅히트’의 부진… 원인은

올해 하반기 증권가에서 화두는 단연 공모주 청약 열풍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급락했던 증시가 하반기 들어 회복세로 접어들고, SK바이오팜·카카오게임즈·빅히트 등 대어급 IPO가 있어 열기를 더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현재 수익률은 극과 극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IPO 시장에서 대박 행진을 시작한 종목은 단연 SK바이오팜이다. SK바이오팜 공모가는 4만9000원으로 지난 7월 2일 코스피에 공모가의 2배로 상장되자마자 3일 연속 상한가에 도달하면서 ‘따상상상’을 기록했다.

이후 SK바이오팜 주가는 조정이 있었지만 16일 기준 15만3500원으로 시초가(9만8000원) 대비 56.32% 상승했다.

국내 증시 역사상 가장 많은 청약 증거금이 몰렸던 카카오게임즈 역시 ‘따상상’으로 코스닥에 화려하게 입성했지만, 기나긴 조정을 거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공모가는 2만4000원으로 지난 9월10일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상장된 이후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한때 연중 최고치인 8만91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16일 카카오게임즈의 주가는 4만5850원으로 시초가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

문제는 빅히트다. 빅히트는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상장 첫날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더니 이튿날 20%대 급락했다.

빅히트의 시초가는 공모가의 2배인 27만원으로 상장 첫날인 잠깐 상한가를 기록하다가 급락해 시초가보다 4.44% 하락했고, 다음날인 16일엔 무려 22.29% 폭락해 20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재 시외 호가가 19만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20만원 선 붕괴는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빅히트가 급락한 배경으로는 가장 먼저 시가총액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재 빅히트의 시가총액은 6조7862억원으로 KT의 시총(5조9795억원)보다 1조원 가까이 많다. 하지만 지난해 빅히트 매출액은 4167억원으로 같은 기간 KT 매출액(24조3420억원)과 비교되지 않게 낮았다.

물론 매출액으로만 기업의 가치를 책정할 수는 없지만, 빅히트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것은 증권가 안팎에서 사실처럼 나오는 이야기다.

빅히트 공모가 산정에는 시장가치(EV)를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값인 EV/EBITDA 방식이 사용됐다.

이에 따르면 빅히트의 공모 시가총액과 올해 연 환산 EBITDA를 기준으로 EV/EBITDA는 44.7배 수준이다. 같은 엔터주인 JYP·SM·YG 3사의 평균 12개월 선행 EV/EBITDA는 11.3배로 빅히트가 상대적으로 높은 배수를 적용받는다.

게다가 방탄소년단에 집중된 매출 구조와 함께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입대를 앞둔 점도 빅히트의 취약점으로 꼽힌다.

빅히트 매출액에서 BTS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7.4%, 올해 상반기 87.7%로 나타났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빅히트의 가장 큰 하방 위험은 방탄소년단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라며 “현행 병역법상 1992년생 멤버인 진은 내년 말까지 입대 연기가 가능해 이후 완전체 활동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남아 있는 공모주 청약 ‘숨은 옥석’은

빅히트의 부진에도 이번 4분기 공모주 청약은 이어질 전망이다. 빅히트를 시작으로 공모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통상적으로 4분기는 상장이 대거 이뤄지는 시기다. 다음 해가 오기 전에 자금을 유치하고 사업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다. 지난해 4분기에만도 59개의 기업이 상장을 지원한 바 있다.

올해 4분기는 더 많은 기업이 상장을 진행할 전망이다. 예비 상장 기업의 수만 현재 30여곳이고, 심사 중인 기업도 50개사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달만 해도 바이브컴퍼니(19~20일), 센코(20~21일), 위드텍(20~21일), 티앤엘(27~28일), 소룩스(29~30일) 등이 공모 청약을 받는다. 빅히트 상장 이후 매주 2~3개의 공모주 청약이 이뤄지는 셈이다.

상장을 앞둔 기업들을 업종별로 분석하면 인공지능(AI)·빅데이터 기업 바이브컴퍼니가 있다. 카카오의 사내벤처로 시작해 2000년 설립된 이 회사는 대한민국 인공지능 대표 전문기업으로 꼽힌다. 또 바이브컴퍼니의 2대 주주가 카카오다.

아울러 센서 관련 기술 기업 센코,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장비 기업 위드텍, 의료용 소재 기업 티앤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기업 소룩스 등도 올해 청약시장의 숨은 강자로 꼽힌다.

이밖에 오는 2021년 상장 목표 중인 업체 가운데 기업가치가 조 단위에 달하는 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40조~50조원), 크래프톤(20조~30조원), 카카오뱅크(6조~40조원), 카카오페이(7조~10조원), 카카오페이지(2조~4조원), SK바이오사이언스(3조원 이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