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전기차 간판 모델인 ‘코나EV’가 잇단 화재로 파문을 빚자 리콜에 돌입한 가운데 LG화학이 조사 당국에 현대차의 무리한 운용 정황을 화재 원인으로 의심하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와 현대차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와 LG화학은 공식적으로는 ‘조사가 진행 중이며 지금은 함께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란 입장을 반복 중이나, 물밑 신경전은 상당한 것으로 관측된다. 사안이 가져올 폭발력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에 코나EV 화재 원인과 관련된 자사 입장을 전달했다. 주요 내용은 이번 화재 원인이 배터리 셀 결함이라기보다는 현대차 운용 방식에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 입장이 국토부 등으로 알려지면서 거친 말이 오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LG화학이 전한 것으로 알려진 견해와 입장은 이렇게 요약된다.
우선 “차량 화재 시 배상 규정과 관련해 현대차와 맺은 계약은 없다”는 것이다. 이어 “화재 원인이 배터리 셀 문제로 결론난다면 (리콜 비용은) LG화학이 전부 물어줘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국토부가 LG화학에 의견조차 구한 적이 없다”거나 “국토부는 최초 발화점을 밝힌 거지 발화 원인을 밝힌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같은 배터리를 쓰는 ‘르노 조에’에서는 화재 보고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대차에 관한 언급은 보다 자세하다.
LG화학은 “현대차가 BMS(배터리관리시스템) 충전율 설정값을 기준 이상으로 올렸다는 말이 돈다”고 지적했다. 그 말이란 “우리가 권장한 범위는 90∼93% 정도인데 97%까지 올렸다”는 것이다. 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국회에 제출한 법안전 감정서를 분석한 일부 보도를 인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배터리 운용의 ‘안전 마진’(안전 확보 구간)이 경쟁 차종의 절반 이하인 3% 수준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LG화학은 “같은 용량 배터리를 장착한 니로EV는 주행거리가 380㎞ 수준인데 코나EV는 기어코 400㎞를 넘겼다(406㎞). 이는 우리 예상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안전 마진을 줄여가며 ‘400’이란 숫자에 집착하다가 탈이 났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배터리 셀이 문제라면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며 “진실은 현대차만 알 것”이라고 밝혔다. 상당히 공격적인 언급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당사가 KATRI에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입장 또는 견해를 전달한 것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어 “원인 규명 중인 사안이라 지금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현대차 역시 “조사가 진행 중이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고객을 위해 최선의 조치를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일일이 확인이 어렵다”면서도 “어떤 경로로든 의사표현은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추정했다.
KATRI는 교통안전공단 산하 결함조사 대행 기관으로, 지난해 8월 국토부 의뢰로 코나EV 제작결함 조사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리콜 발표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LG화학이 반발한 데 이어 경기도 남양주에서 14번째 화재가 발생하는 등 이슈가 확산하자 장관 지시로 KATRI에 특별조사팀을 꾸렸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