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보름 앞둔 19일(현지시간) 조기투표와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자가 30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2016년 대선 전체 투표자(1억3700만명)의 22.1%에 달한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이날까지 3024만명이 사전투표를 마쳤다고 전했다. 4년 전 이맘때 590만여명에 비해 5배로 늘어났다. 콜로라도주의 사전투표는 4년 전에 비해 24배로 치솟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투표일 현장 방문에 대한 우려 탓에 사전투표가 급증했고, 민주당 지지자 참여가 공화당 유권자의 2배가량이다. WP는 “특히 흑인 유권자들이 긴 줄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백인 우월주의에 빠진 인종차별주의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플로리다에서 사전투표가 시작된 이날 비가 내렸음에도 유권자들이 길게 늘어섰다고 전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사전투표 첫날 흑인 참가 비율은 30%가 넘어 4년 전 대선(23%)보다 높았다. 조지아주 등 다른 지역의 사전투표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빚어졌다.
미 유권자는 인종별로 백인 67%, 흑인과 히스패닉 각 13%, 아시아 4%라서 흑인들의 사전투표 증가가 결과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과 이날 현재 6개 주요 경합주의 지지율 격차가 4.1%포인트로 좁혀져 ‘유의미한 변화’라는 평가가 맞서고 있다.
22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NBC방송 크리스틴 웰커의 사회로 마지막 TV토론이 진행된다. 이번 토론에서는 후보간 끼어들기를 막기 위해 발언자가 아닌 상대 후보자의 마이크는 꺼두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을 ‘재앙’이라고 칭하고 “사람들은 파우치와 멍청이들의 얘기를 듣는 것에 진절머리를 낸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파우치 소장은 “대통령과 나를 대립시키는 일에 끼고 싶지 않다”면서 “영화 ‘대부’ 대사처럼 ‘사적인 감정은 없고 순전히 비즈니스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애리조나 유세에서도 바이든 후보의 아들 헌터의 비리 의혹 제기를 이어갔고, 20일 펜실베이니아 유세에는 멜라니아 여사가 16개월 만에 구원 등판한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토론 준비를 위해 ‘칩거’에 들어갔다. 대신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이날 플로리다에서 유세를 재개했고, TV토론 전날인 21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에서 ‘대리전’을 치른다.
바이든 후보가 얻게 될 선거인단은 226명으로 트럼프 대통령(125명)의 두 배에 가깝지만 승패를 속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CNBC방송은 최근 몇 주 동안 로비스트들이 바이든 대선 캠프의 참모들과 만나기 시작했다면서 “친공화당 성향의 로비회사들도 바이든 후보와 연계된 민주당 인사를 절박하게 찾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