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되살려보십시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
“제 기억은 의원님 같지 않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
2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 간 설전으로 점철됐다.
내공에 화력까지 갖춘 이 지사는 능수능란하게 답변을 이어갔고, 야당의원들은 집요하게 이 지사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이날 설전의 백미는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과 이 지사의 발언이었다.
송 의원은 이 지사가 페이스북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하며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이 OECD 국가채무비율과 비교해 낮다”고 말한 내용을 끄집어냈다.
그는 “OECD 평균은 경제 규모와 국가채무가 큰 나라들이 포함되다 보니 착시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지사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통계라는 것은 입장에 따라 얼마든지 가공이 가능하다”며 맞섰다.
다시 송 의원이 “정책이라는 건 객관적이고 중립적이고 통계에 근거해 이뤄지는데, 기본 근간을 무너뜨리는 발언”이라고 비판했지만, 이 지사는 “(통계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 있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송 의원은 화제를 돌려 올해 최저임금을 거론하며 경기도가 타임지에 1억원대 기본소득 광고를 게재한 것을 지적했다. 이에 이 지사는 “4대강 공사하느라 22조원을 날리고 자원외교 하느라 엄청나게 돈을 버렸다. 저는 완벽한 낭비였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이는 송 의원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기에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예산총괄심의관 등 예산과 관련된 요직을 두루 거쳐 차관을 지낸 이력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말싸움은 같은 당 김은혜 의원과도 이어졌다. 이날 김 의원은 경기 광주시 봉현물류단지 인허가와 관련, 이 지사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관계를 반복해 캐물었고, 이 지사는 결국 폭발했다.
김 의원이 “대법 판결을 앞둔 생사의 갈림길에서 (이 지사가) 전 검찰총장 출신인 채동욱 옵티머스 고문을 만났다”며 “도움이 됐느냐. 물류센터 건에 관해 얘기를 나눴느냐”고 물었다.
결국 이 지사는 김 의원의 질의에 “아까 대답을 했다. 내 기억은 의원님 같지 않다”며 맞섰다. 이후 행정처리가 매뉴얼에 따라 이뤄졌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무려 3분30초간 이어갔다.
앞서 이날 오전 국감에선 야당의원들이 ‘국민의짐’이란 이 지사의 지난 18일 페이스북 표현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고, 이에 이 지사는 “사과는 마음에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맞받아쳤다.
이 지사는 거듭된 요구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그러지 않길 바란다는 선의에서 한 말인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 상처받을 수 있다”며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