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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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개정안' 국회 심의 산 넘어 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노동조합법 개정 더는 늦출 수 없다"…노동계·경영계 협력 촉구 / "노조법 개정 세부적 내용에서는 입장차가 있는 게 사실. 그렇다고 해서 노조법 개정이 늦출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1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법 개정을 더는 늦출 수 없다며 노동계와 경영계의 협력을 촉구했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노동부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노조법 개정의) 세부적 내용에서는 입장차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노조법 개정이 늦출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 입법안은 (ILO 핵심협약의 정신인) 결사의 자유의 핵심 내용은 보장하면서 우리 기업별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하고자 깊이 고심한 결과물"이라며 "11월에는 국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안이 심도 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아직 비준하지 않은 ILO 핵심협약 4개 가운데 결사의 자유에 관한 87호, 98호,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29호 등 3개의 비준안과 이들 협약의 내용을 반영한 노조법 등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준안과 개정안을 함께 처리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 장관은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조법 등의 개정을 더 미룰 수 없는 이유로 유럽연합(EU)의 압박을 꼽았다. EU는 한국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미뤄온 게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라며 2018년 말 한국을 상대로 분쟁 해결 절차에 돌입했다.

 

이 장관은 "지난 8일 ILO 핵심협약 미비준을 이유로 개최된 한-EU FTA 전문가 패널 심리에서 EU 측 대표단은 한국이 수십년 간 약속해 온 ILO 핵심협약 비준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결과를 강력히 요구했다"며 "일각에서는 ILO 핵심협약 비준과 통상의 문제가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국제사회의 요구는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미국, 캐나다 등 우리와 FTA를 맺은 다른 국가가 심리 결과를 주목하고 있는 만큼, 향후 통상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조속한 노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EU FTA 전문가 패널이 다음 달 말까지 채택할 보고서에서 한국이 FTA를 위반했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EU는 한국을 상대로 강도 높은 불이익 조치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한국은 국제적으로 '노동권 후진국'의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은 ILO 핵심협약의 기준을 반영해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 노조 결성의 자유를 확대했지만,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고 쟁의행위에서 사업장 내 주요 시설 점거를 금지하는 등 경영계 요구도 일부 반영했다.

 

노조법 개정안은 노사 양측의 반발을 사고 있다. 양대 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노조법 개정을 '개악'으로 규정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영계는 대립과 갈등 중심의 국내 노사관계를 고려할 때 ILO 핵심협약 비준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노조법 개정안의 국회 심의 과정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여기에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노동법 개정 제안으로 노조법 개정을 둘러싼 구도는 한층 복잡해진 상황이다.

 

노조법 개정안의 국회 심의 과정에서는 정부가 제출한 법안 외에도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6개 법안이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의 경우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현행대로 유지하는 등 노동계 요구를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시점에서 ILO 국제노동기준에 완전하게 부합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도록 노조법을 점진적, 단계적으로 개정하고 추가 개정을 위한 타임 스케줄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