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이 되고 싶어(쓰치야 켄, 조민정, 이김, 3만3000원)=땅에 묻히는 것만으로는 화석이 되지 않는다. 기후와 온도, 습도, 산도, 포식자 존재 여부 등 수많은 조건이 맞아야 한다. 화석이 되는 과정은 복잡해서 ‘화석화 과정학’이라는 학문도 존재한다. 일본의 과학저술가인 저자는 어떻게 하면 좋은 화석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지며 학생들이 알기 쉽게 생생한 사진과 친절한 일러스트를 곁들여 화석의 생성과정을 설명한다. 책은 화석의 종류를 생성 방법에 따라 12가지 이상으로 분류한다. 영구동토에서 발견된 냉동 매머드, 늪지대에서 피부까지 생생하게 보존된 사람, 멋진 흑색 화석으로 남은 검치호랑이 등이 해당한다.
천년의 힐링 자연과 디자인(최승복, 기문당, 2만원)=미국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저자가 천년 고찰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쓴 사찰 유랑기다. 화엄사, 해인사, 통도사, 선암사, 쌍계사 등 국내 대표 사찰 12곳에서 보고 느낀 미(美)와 생명의 조화를 사진과 글에 담았다. 책을 읽고 나면 절에 들어서는 길, 기와 문양, 법당 문짝 무늬, 담장 너머 매화나무까지도 달라져 보일 것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미디어와 공간 변화(이희상, 커뮤니케이션북스, 1만2000원)=미디어의 공간적 메시지를 읽는 책이다. 상대성이론에서 큰 중력의 물질이 물리적 시공간을 변형하듯이 미디어는 사회적 시공간을 변형한다. 사람들이 사적, 공적 이동 공간에서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다른 장소에 연결되고 다른 사람과 접속하면서 그들을 둘러싼 공간의 의미는 변화한다. 미디어와 공간의 순환적 관계 속에서 공간이 미디어로 들어가 다양한 이미지로 재현되기도 하고, 미디어가 공간으로 들어가 그것을 생산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미디어는 실재와 가상, 인간과 기계 등 이분법적으로 인식되어 온 영역들이나 존재들의 경계를 흩트리면서 관계적이고 혼종적인 공간을 구성하기도 한다.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마셜 매클루언의 명제를 확대해 “미디어는 공간적 메시지다”라고 말한다.
좋은 문장을 쓰고 싶다면(이진원, 산지니, 1만8000원)=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으며 온종일 무언가를 읽고 쓰는 시대다. 이 책은 조금 더 나은 문장을 쓰고 싶은 이들에게 전하는 우리말 맞춤법 이야기이다. 저자는 2010년부터 11년째 부산일보 교열부 데스크를 맡고 있고, 2003년부터 맞춤법 칼럼 ‘바른말 광’을 연재하고 있다. 책에서는 그간 연재한 칼럼 870여편 중에서도 ‘좋은 문장’을 쓰는 방법에 주목하여 원고를 선별해 엮었다. 교열기자 일을 하며 만났던 문장들을 예시로 들며 일상에서 틀리기 쉬운 맞춤법을 설명한다. 문장의 원리를 깨친다면 높게만 느껴지는 맞춤법의 벽도 이전에 비해 편하게 넘을 수 있다며, 바른 글쓰기의 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인문학의 거짓말 두 번째 이야기(박홍규, 인물과사상사, 1만7000원)=인문의 출발과 고대의 인문 이야기를 다룬 ‘인문학의 거짓말’에 이어 이번에는 중세의 인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영남대 명예교수인 저자가 월간 ‘인물과사상’에 연재한 것을 수정·보완해 엮었다. 책은 인도와 이슬람, 중국, 한반도의 중세 인문을 서양 중세 인문과 같은 비중으로 다룬다. 책 속의 서양 중세는 전체 중세 이야기 가운데 4분의 1에 불과하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중세라고 하는 6~16세기 서양은 다른 시기보다 낙후됐지만, 비서양은 그 어떤 시대보다 앞섰다고 말한다. 중동에서는 이슬람 문명, 중국에서는 수·당·송의 불교문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도 찬란한 문명이 열렸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한반도의 중세는 서양식 구분법으로는 고려(918~1392년)에 해당하지만, 통일신라시대(676~935)도 중세라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거리에 핀 시 한 송이 글 한 포기(성프란시스대학 편집위원회 엮음, 삼인, 1만9000원)=자활하려는 노숙인들을 돕기 위해 꾸려진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을 수료한 노숙인들이 쓴 시와 산문을 모아놓은 공동 문집이다. 성프란시스대학 개교 15주년을 기념해 2005년 1기부터 올해 15기까지 수강생들이 남긴 작품 가운데 선별한 개별작품 165편과 공동작품 2편이 실렸다. 책에는 노숙인의 삶의 현장이 그대로 드러난다. 자신들이 겪었고 겪고 있으며, 겪을 이야기들이 사회적으로 공유될 가치가 있다는 믿음에 따라 진실을 써내려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