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별세한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은 이날 오전부터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 회장의 부고가 알려지자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외신을 비롯한 취재진 수십명이 모여들었고, 곳곳에서 현장 중계가 이뤄졌다. 장례식장 출입문에는 방문객 안전 등을 고려해 포토라인이 설치됐고, 포토라인 주위로 방송 카메라와 사진기자들이 자리했다. 이 회장의 빈소는 장례식장에서 가장 큰 지하 2층 17호실(562.0㎡·약 170평) 등 3개 방을 합쳐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측은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지만 빈소가 마련되는 동안 박병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정우 포스코 회장 등이 보낸 조화가 장례식장으로 들어갔다. 일부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검은 양복을 입고 장례식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취재진이 몰리자 장례식장 관계자는 출입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실내 50인 이상 모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빈소가 마련된 지하 2층에 기자들의 출입이 제한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부착하고 출입을 통제했다.
시민·사회계에서는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켜 대한민국 국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와 함께 상속문제 등 경영 과정에서 발생한 과오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한 네티즌은 “별볼일 없이 작은 대한민국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탄생시킨 영웅”이라고 이 회장을 평가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반도체 산업 세계 1위를 만들어 외국에서 한국 사람이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게 도와준 기업인, 편히 주무시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부고논평을 통해 “이 회장은 삼성전자를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신경영, 창조경영, 인재경영으로 경제계의 혁신을 이끌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재벌중심 경제구조를 고착화하고 정경유착, 무노조 경영, 노동자 인권 탄압의 그늘도 남겼다. 삼성그룹은 고인의 유산을 성찰해 한국경제와 세계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새롭게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누구나 그러하듯, 고인의 생애도 공과 과가 뚜렷하다”며 “세계적인 기업 삼성이 빛을 내는 데 정경 유착과 무노조 경영, 노동자 탄압은 짙은 그늘이며 명백한 과오”라고 비판했다.
원불교는 이날 오후 전북 익산 중앙총부에서 오도철 교정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장의위원회를 열고 이 회장 장례를 원불교 교단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망자 넋을 기리며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원불교 종교의식인 천도재(薦度齋)는 서울 원남교당에서 31일부터 49일간 매주 1번씩 7번 열리며, 다음달 8일에는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추도식이 열린다. 이 회장은 1973년 장모인 고 김윤남(신타원 김혜성) 원정사를 통해 원불교에 입교한 뒤 아내 홍라희 여사와 함께 종교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유지혜·이창수 기자 g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