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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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차기 총장 도전한 유명희, 선호도 조사서 경쟁 후보에 열세

전문가들 "WTO 회원국이 바라는 건 '미국과 함께하는 다자주의'. 현 트럼프 미 행정부가 다자주의 복귀에 신뢰를 줄 수 있는지는 의문" / "트럼프 행정부가 지지하는 후보를 다른 회원국들이 동조하긴 어려울 듯"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자(오른쪽). 연합뉴스

세계무역기구(WTO) 후임 총장에 도전한 한국의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전회원국 비공개 선호도 조사에서 경쟁자인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재무장관 후보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 통신이 28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WTO는 지난 19일부터 164개 회원국을 상대로 진행해온 차기 사무총장 선호도 조사를 전날 마무리하고 이날 제네바 본부에 한국과 나이지리아 주재대사를 불러 두 후보에 대한 선호도 조사 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호도 조사 결과는 이날 중으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로이터 통신은 주요국 '트로이카'(3명) 대사들이 164개 전회원국를 대상으로 비공개 면담을 통해 선호도를 조사했으며 여기서 나이지리아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4개월에 걸친 WTO 후임 총장 인선은 이번 최종 선호도 조사 뒤에 11월 초에 열리는 총회에서 전회원국 컨센셔스 방식으로 공식 선출되면서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번 최종 선호도 조사가 인선의 최종 결과는 아니다.

 

한편 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전에서 미국이 한국을 지원하면서 최종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물론 WTO 내 영향력이 가장 센 미국의 지원이 우리나라에 큰 힘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체제에선 영향력 발휘가 힘들 것이란 분석이 있다. WTO가 지향하는 글로벌 다자무역주의에 트럼프 행정부가 위협을 가해온 상황에서 미국이 밀고 있는 후보를 다른 회원국이 동조하겠냐는 이유에서다.

 

가뜩이나 이번 선거가 미국의 WTO 상소기구 무력화로 WTO 기능이 유명무실화되자 사퇴 압력을 받은 호베르투 아제베두 전 사무총장이 중도 사임하면서 치러진 것이라 미국의 지지하는 후보는 오히려 회원국들로부터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을 비롯해 아프리카연합(AU) 55개 회원국, 서아프리카국가경제공동체(ECOWAS), 카리브해 연안 국가, 일본, 중국 등이 유 후보의 경쟁 상대인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면서 '한국인 첫 WTO 사무총장' 탄생 가능성은 낮아진 상황이다.

 

송기호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WTO 회원국이 바라는 건 '미국과 함께하는 다자주의'이지만 현 트럼프 미 행정부가 다자주의 복귀에 신뢰를 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라며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지지하는 후보를 다른 회원국들이 동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라고 판단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