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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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모의창의적글쓰기] 헤밍웨이의 빙산 이론

헤밍웨이의 문장에 관한 것으로 유명한 ‘빙산 이론’이 있다. 작가는 자신이 무슨 글을 쓰는지 알고 있다면 많은 부분을 생략할 수 있으며, 작가가 진실되게 쓴다면 독자가 감동을 받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말이 바로 유명한 빙산 이론이다. “빙산의 위엄은 오직 팔분의 일에 해당하는 부분만 물 위에 떠 있다는 데서 나온다.” 헤밍웨이는 문장을 짧고 간결하게 쓴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감정을 싣지 않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묘사하는 문체를 즐겨 사용했다. 헤밍웨이의 이런 문체를 하드보일드(hard-boiled) 문체라고 말하기도 한다. 건조하고 무정하며 강요하지 않고 상황만 묘사하여 냉혹하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이런 헤밍웨이의 문체를 모두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유명한 작가 샐린저는 헤밍웨이의 문장이 마치 전보문처럼 짧고 메말랐다며 싫어했다. 샐린저는 형용사와 부사, 여러 구두점을 풍부하게 사용하여 화려한 느낌의 문장을 즐겨 썼다. 풍부하고 화려한 샐린저의 문체와 간결하며 건조하며 군더더기 없는 헤밍웨이의 문체는 서로 극단을 이루어 대비된다.

헤밍웨이가 이렇게 짧은 문장을 쓴 이유가 흥미롭다. 헤밍웨이는 표현의 정확성을 위해 짧은 문장을 사용했다. 그리고 간결하고 직접적인 문장이 표현의 정확성을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언뜻 보면 세밀하고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이 상황을 더 정확하게 설명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 않다. 필자의 경험과 독자의 경험이 다르고 상황을 해석하는 방법도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때로 필자의 자세한 설명이 오히려 상황을 왜곡하기가 쉽다. 헤밍웨이는 말하기보다 생략하기가 독자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고 믿었다.

그는 짧은 문장을 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어떤 때는 자신의 초고 어휘 3분 2를 들어내기도 했다. ‘무기여 잘 있거라’의 마지막 페이지를 39번이나 고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고치면서 무엇이 어려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꼭 맞는 단어와 문장을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정확하고 명료한 어휘를 찾고 또 생략하기를 반복했다. 헤밍웨이는 글을 쓰다가 생략할 때가 있으면 그 순간 어떻게 보일지 모르지만 주저 없이 생략하라고 말한다. 생략해서 잃을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생략된 부분이 오히려 남아 있는 부분을 강력하게 해줄 수 있다고 믿었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국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