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커밍아웃’ 발언이 집단 반발로 이어질까. 추 장관이 ‘검찰개혁은 실패했다’고 주장한 검사를 저격하자 검찰 내부에서 봇물 터지듯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추 장관을 향한 불만이 폭발 직전인 상황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전고검·지검을 찾아 “등 두드려주러 왔다”며 내부 결속 다지기에 나섰다.
추 장관은 2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추 장관을 공개 비판한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는 어떤 사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이렇게 커밍아웃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꾸짖었다. 이 검사가 전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과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며 “추 장관의 검찰개혁은 그 근본부터 실패했다”고 지적한 것을 겨냥한 글이다.
이 검사는 국정농단 사태 당시 검찰 조사를 거부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를 주장했던 인물이다. 추 장관이 공유한 기사 속 이 검사는 동료검사의 약점 폭로를 막기 위해 피의자를 구금하고 면회를 막는 등 무리한 수사를 한 인물로 그려져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이 언론보도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협공했다.
검찰 내부에선 평검사를 저격하자 ‘커밍아웃에 동참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는 “장관님이 생각하는 검찰개혁은 어떤 것”이냐며 “저 역시 커밍아웃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최 검사는 검찰총장을 향해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다. 최 검사의 글 밑엔 ‘동참한다’ 또는 ‘지지한다’는 댓글이 47개째 이어지고 있다. 한 검사는 “검찰총장보다 높다는 법무부장관이 일개 검사의 이름을 콕 집어 비판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초고위 공직자로서의 품위와 위엄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추 장관이 지시한 감찰에 투입될 검사 인사 절차를 부부끼리 밟았다는 폭로도 나왔다. 이복현 대전지검 형사3부장은 추 장관의 감찰 파견 검사 선발에 있어 절차가 무시됐다며 ‘최순실 인사농단’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법무부 감찰관실로 파견나간 동료검사의 인사에 대해 “전날 대검 형사부장(이종근 검사장)이 해당 검사에게 하루 전 미리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며 “대검 형사부장(이종근 검사장)께서 법무부 감찰담당관님(박은정 검사)이랑 아무리 가까운(부부) 사이라고 해도 인사를 그런 식으로 다루는 것은 최모씨의 인사농단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날 선 발언으로 존재감을 과시한 윤 총장은 대전고검·지검을 찾으며 지난 2월 이후 중단된 지방 검찰청 순회 일정을 재개했다. 윤 총장은 “과거에 (대전에서) 근무했고 우리 대전 검찰 가족들이 어떻게 근무하고 있는지 총장으로서 직접 눈으로 보고, 애로사항도 들어보고, 등도 두드려주고 그러려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이 도착하자 일부 시민들은 “윤 총장님 힘내세요”라며 환호했다.
대전지검에는 윤 총장과 가까운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이 부장이 근무한다. 이 지검장은 추 장관이 언급한 감찰의 경계에 있는 인물이다. 옵티머스 사건은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에서 처리했는데 이 지검장은 당시 형사7부를 지휘하는 1차장을 맡고 있었다. 이 부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을 수사한 검사로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불린다. 윤 총장의 대전행이 다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대검은 이미 날짜까지 정해진 일정이었던 만큼 취소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보통 새 총장이 취임하면 관례에 따라 전국 검찰청을 순회하지만 윤 총장의 경우 취임 직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등 현안으로 일정이 미뤄졌다는 것이다.
추 장관은 이날 제주 스마일센터 개소식 참석을 위해 제주를 찾았다. 추 장관은 이 자리에서 4·3 수형인에 대한 재심과 배·보상 문제에 대해 “재심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연구 중”이라며 “조만간 해법을 찾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대전=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