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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쟁·식민제국 건설… 피지배 계층서 본 佛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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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르 누아리엘/권희선/인문결미디어/3만5000원

프랑스 민중사/제라르 누아리엘/권희선/인문결미디어/3만5000원

 

역사는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 과정 자체와 그것을 남긴 기록을 뜻한다. 그러나 기존의 역사는 기록할 대상에 객관적이지도 평등적이지도 않았다. 주로 지배계층과 승자 위주로 기억하고 기록했다. 오죽하면 ‘태정태세문단세…’ 식의 역대 왕 이름 외우는 걸 역사 공부로 착각하기도 했다.

‘프랑스 민중사: 100년 전쟁에서 현재까지’는 이런 역사관을 거부한다. 프랑스 역사학자 제라르 누아리엘은 왕조 중심, 지배층 중심의 기존 역사관을 뒤집어 피지배층 중심의 역사,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기록했다. 아메리카 인디언, 노예, 여성, 노조활동가, 노동자, 베트남전 양심적 거부자 등 한 번도 제대로 다루어진 적이 없었던 계층, 잊혀진 자들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미국사를 기록한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의 프랑스판인 셈이다.

왕정 중심 역사가들은 백년전쟁을 논하면서 오직 프랑스의 지배계급 귀족 가문 간의 암투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어 왔다. 하지만 그들은 이 오랜 집단적 폭력사태 이면에 14세기 이래 유럽을 휩쓴 심각한 경제 위기를 간과했다.

이에 비해 저자는 중세 이래 수많은 전쟁, 국가의 정책, 민중의 저항과 혁명, 경제적 변화와 위기, 노예제도, 식민제국 건설, 이민, 기타 사회적 국가적 문제를 둘러싼 각종 대규모 사건과 투쟁의 역사를 소개하며 그 속에서 민중이 차지했던 위치와 역할에 관해 서술했다.

시민권의 탄생은 전형적인 예이다. 수세기 이어오던 프랑스의 봉건 제도는 1780년대 말 모순이 절정에 달했다. 부유한 계층은 세금을 내지 않았고, 가난한 민중은 세금을 낼 여력이 없었다. 국고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규모가 15년 사이 3배로 늘어났다. 금융인과 중개인이 막대한 이자를 중간에서 챙겼다. 돈이 있는 곳에서 세금을 걷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결국 면세 특혜에 기반을 둔 봉건적 제도와 단절할 수밖에 없었다.

책은 또한 노동 환경의 변화, 난민·이민 문제, 사회보장 시스템, 정당 정치의 위기, 노동운동의 쇠퇴, 출신에 따른 차별 문제 대두 등 현재 프랑스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에 역점을 두고 역사를 새롭게 기록했다.

 

박태해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