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황영미의영화산책] 녹색성장이 지속가능 발전 지킨다

국민관광지였던 한탄강이 상류지점에 섬유염색 공장이 과다밀집해 물줄기가 검게 변한 지 오래돼, 경기도가 색도 문제 해결을 위한 신기술 실증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원도 역시 연휴 기간 관리·감독이 소홀한 틈을 타 오염 물질을 불법 배출하는 공장 밀집 지역과 폐수 다량 배출 업체를 특별 점검했다. 공장 폐수 배출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은 1991년 구미에서 있었던 낙동강 폐수 유출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글로벌이 화두였던 1995년, 삼진그룹의 상고 출신 직원 자영(고아성), 유나(이솜), 보람(박혜수)이 회사의 페놀 유출을 목격하고 내부고발하는 이야기를 통쾌하게 그린 영화다. 대기업에 다니는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지만, 상고출신이라는 이유로 8년째 사원 자리에 머무른 이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상관에게 뺏기고, 커피 심부름이나 자료 뒤처리나 해야 하는 처지다. CEO가 미국인인 회사는 토익 600점을 넘으면 대리로 승진시켜준다는 조건을 내거는데, 자영 일행은 영어토익 새벽반에서 목표를 이루려 열심히 공부한다. 그런데 지방 공장으로 외근을 간 자영은 비 올 때를 기다려 페놀이 섞인 폐수를 무단 방류하는 현장을 목격하게 돼, 고민에 빠진다. 더구나 마을 사람들은 피부병을 비롯하여 각종 병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그들을 설득해 보상금을 준다고 동의서에 사인을 받으러 다녀야 하는 자신의 모습에 회의가 생긴다. 고민 끝에 자영이 친구인 마케팅팀의 유나와 회계팀의 보람과 함께 흩어진 증거들을 조사하자, 회사 고위층이 이를 은폐하기 위해 서류를 조작했다는 것을 발견한다. 약자인 자신들을 다이너마이트라고 생각하는 그들은 회사를 바르게 세우려 최선을 다한다. 이 회사가 뭐가 좋다고 이렇게 죽을 고생을 하느냐는 동료의 질문에 자영은 “우리 회사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뭔가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결국 제가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나는 뭘 위해서 일하고 있는 거지”라며 내가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답한다. 그들의 모습은 약자가 강자의 부정에 어떻게 대항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며, 환경보건공감지수가 높은 이들을 통해 건강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바를 보여준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한국영화평론가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