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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킥보드 인도 주행 가능 ‘전혀 사실 아님’… 중학생 탈 수 있다 ‘사실’ [FACT IN 뉴스]

12월 시행 ‘개정 도로교통법’ 보니
자전거도로서만 통행 허용하되 미설치구간 차도 가장자리 주행
‘안전표지’ 세운 인도선 예외 허용… 보행 겸용 자전거길도 많아 ‘불안’
만 13세 이상 누구나 운전 가능… 안전모 등 안 써도 제재규정 없어
“규제 완화 지나치다” 청원 잇따라… 대통령 “지적 수용” 법 손질 전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앞으로는 중학생도 전동킥보드를 인도에서 쌩쌩 탈 수 있다고 합니다.”

“전동킥보드 인도 주행을 허용했다는데 기가 막히네요.”

다음달 10일부터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법적 정의와 운전자 의무 등을 규정한 개정 도로교통법의 시행을 놓고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시민들은 인도에서 주행하는 전동킥보드로 인해 불편을 겪은 경험과 지난달 말 인천 계양구와 경기 성남시에서 전동킥보드 탑승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 점 등을 언급하며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한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개정법으로 인해 전동킥보드의 인도 통행이 가능해진다”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전동킥보드의 인도 주행은 내달 10일 이후부터도 원칙적으로 불가하다. 개정 도로교통법은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가 자전거도로에서의 통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자전거도로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선 차도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 통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으로 전동킥보드가 보도로 통행할 수 있는 경우는 ‘안전표지(교통안전에 필요한 주의·지시 등을 표시하는 표지판이나 도로 바닥에 표시하는 기호·문자)를 통해 전동킥보드 등의 통행이 허용될 때’와 ‘도로의 파손, 도로공사 등으로 도로를 통행할 수 없을 때’ 등에 한정된다.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보도를 이용할 경우에도 차도 쪽 또는 안전표지로 지정된 곳으로만 천천히 이동해야 하며, 보행자의 통행에 방해가 될 경우에는 주행을 멈춰야 한다.

다만 서울시 자전거도로 현황 통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전체 자전거도로(940.6㎞, 지난해 기준) 중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가 66.1%(622㎞)인 탓에 곳곳에서 보행자와 전동킥보드가 함께 다니는 모습을 접하기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개정 도로교통법과 관련된 또 다른 논란 중 하나인 “중학교 1학년생부터 면허 없이도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다”는 부분은 사실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만 16세 이상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를 취득한 사람만 전동킥보드를 탑승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다음달 10일부터는 운전면허 취득 규정이 사라지며 만 13세 이상부터는 누구나 자유롭게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다.

헬멧 등 인명보호 장구 착용 관련 규정이 느슨해진 것도 사실에 가깝다. 개정 도로교통법 제50조 제4항은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자전거도로 및 도로법상 도로를 운전할 때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한 인명보호 장구를 착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어길 시 받게 되는 벌칙 조항은 따로 규정돼 있지 않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전동킥보드를 원동기장지자전거로 분류해 인명보호 장구 미착용 시 범칙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음달 10일부터 자전거도로에서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로 통행이 가능하도록 한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한 시민이 전동킥보드를 타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한 달간 전동킥보드 규제와 관련한 국민청원만 총 8건이 게시됐다. 이 중 이날까지 가장 많은 동의(9300여명)를 얻은 ‘공유 전동킥보드로부터 청소년들과 어른들을 보호해달라’는 청원의 게시자는 개정 도로교통법의 시행 취소와 전동킥보드 교통법규 위반 단속 및 처벌 강화를 요구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지난달 22일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 운전자가 인명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지난 9월 대표 발의한 ‘개인형 이동수단의 관리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에는 도로관리청이 도로의 일정 구간을 지정해 전동킥보드 등의 통행을 금지·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초·중·고등학교의 장이 개인형 이동수단의 통행원칙 및 통행방법, 관련 교통법규 등을 교육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전동킥보드에 대한 규범 마련 등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생활안전 분야에서의 섬세한 지적들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