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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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출석한 이춘재 “내가 화성 8차 사건 진범”

34년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 드러냈지만
법원 ‘불허’ 결정으로 얼굴 사진 못 찍어
화성 8차 살인사건 재심 공판이 열리는 법정 모습. 연합뉴스

이른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알려진 이춘재(56)가 2일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34년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지만 법원이 촬영을 불허, 현재의 모습이 대중에 공개되지는 않았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박정제)는 이날 오후 이씨를 증인으로 불러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 공판을 열었다. 이씨는 재판 시작에 앞서 호송차에 탄 채로 수원지법 지하 주차장을 통해 이동했다.

 

이씨는 “역대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불린 경기 화성 지역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8차 사건은 노태우정부 시절인 지난 1988년 9월 16일 화성 태안읍 진안리의 한 가정집에서 당시 13세였던 A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씨는 “내가 진범이 맞는다”는 취지로 증언을 했다.

 

애초 이 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윤모(53)씨는 징역 20년을 복역하고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에 가석방됐다. 윤씨는 재판 내내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후 이씨가 화성 8차 사건이 자신의 범행이라며 혐의를 자백하자 윤씨는 지난해 11월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담당 재판부는 결정적 증거인 현장 체모가 30년 세월이 흐른 탓에 유전자(DNA)가 손상, 감정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나오자 지난 9월 이씨를 직접 법정에 부르기로 결정했다.

 

법원조직법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거나 피고인의 동의가 있을 때는 공판 개시 전이나 판결 선고 시에 법정 내 촬영을 허가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앞선 공판에서 “이씨가 피고인이 아닌 증인의 지위에 불과하다”며 촬영을 불허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씨는 증인 신분이어서 공판 시작 후 재판장이 이름을 부르면 방청석 등에서 증인석으로 나오는 절차로 재판이 진행되기 때문에 ‘공판 개시 전’에 촬영을 허가한다는 규정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한다.

 

앞서 화상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씨 사건 수사에 관여했던 전직 검찰수사관 A씨는 재심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윤씨는 아니라고 하는데 왜 진범으로 몰았느냐” 등 거의 모든 질문에 “오래된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