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무공천 원칙’ 폐기를 위한 당헌 개정을 마치고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중앙위원회는 3일 중앙위원 478명을 대상으로 당헌 96조2항 개정 안건에 대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 결과 총 투표 참여 인원 327명 중 316명의 찬성으로 당헌 개정의 건을 의결했다.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중대 잘못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공천하지 않는다’는 기존 당헌에 ‘단, 전당원 투표를 통해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추가하는 게 골자다. 전당원 투표를 통해 당헌 개정에 대한 동의를 얻은 지 하루 만에 개정 작업을 완료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소속된 선출직 공무원의 귀책으로 재·보선이 실시되더라도 후보를 낼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됐다.
민주당은 조만간 10∼15명 규모의 선거기획단을 구성하고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와 경선 선거관리위원회 가동 등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12월 초 예비후보자 등록 일정을 감안해 최대한 빨리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며 “이번주 중 선거기획단을 구성해 후보 공천을 위한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부산시장 후보는 ‘외부 수혈’보다는 당내 경선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후보군으로는 우상호 의원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주민 의원 등이 꼽힌다. 부산시장 후보로는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과 김해영 전 의원 등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만들어진 해당 조항 개정으로 당헌의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을 차단하는데 집중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민주당비대위원장이었어도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라며 “역대 가장 혹독한 도덕성 검증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에 따른 공석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철저한 후보 검증으로 만회하겠다는 셈법으로 보인다. 신동근 최고위원도 “민주주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도중에 사퇴한 이후 공화당이 후보를 낸 사례가 있다”며 “후보를 내는 문제는 고도의 정치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