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7일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민선 서울시장 중 첫 3선을 기록한 박원순 전 시장의 유고로 치러지는 이번 보궐선거는 2022년 3월9일 실시되는 대선 전초전이다. 잔여 임기 14개월 시장 자리를 놓고 여야의 ‘혈투’가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지난달 ‘2020 더혁신위원회’와 ‘4·7 재보궐 선거 경선준비위’를 각각 출범시켜 외부인사 영입, 후보 선출 방식 등을 논의하는 등 내부적으로 보궐선거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민주당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귀책사유로 재보선을 할 경우 무공천한다는 당헌을 전 당원 투표로 개정해 이번 보선에 후보자를 공천하기로 했다.
약속 위반이라는 비판을 감수한 여당의 입장 변화는 서울시장직을 반드시 사수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특히 유력 대선 후보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로서는 대선 가도의 ‘1차 관문’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상황이다.
전국 단위 규모 선거에서 총선, 지방선거, 대선, 총선 4연패를 당한 국민의힘은 내년 선거에서 서울시장 자리를 재탈환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서울시장 보선에서 무너지면 차기 대선에 희망이 없을 뿐 아니라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거취와 직결돼 있어 승부수를 걸어야 하는 절박한 처지다. 여야 모두 서울시장 후보자와 관련한 출마설은 무성하나 뚜렷한 주자는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은 우상호, 박주민, 박용진 의원 등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권영세, 윤희숙 의원, 나경원, 김성태, 김용태, 김선동, 오신환, 지상욱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이 후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실시 후 2011년 10·26 보궐선거를 포함해 8회의 서울시장 선거 특징은 당선 후 한 명도 예외 없이 대선후보 반열에 오른 점이다. 그만큼 서울시장이 차지하는 정치적 비중과 위상이 크다. 이명박 전 시장은 퇴임 후 17개월 만에 대권을 거머쥐었고, 조순 전 시장은 1997년 9월, 대선 출마를 위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 하차했다. 역대 서울시장 중 고건 전 시장과 이 전 시장을 제외한 조 전 시장, 오세훈 전 시장, 박원순 전 시장 3명은 이런저런 이유로 임기 중 사퇴했다. 정치적 야망이 있는 전직 총리, 당 대표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선 징검다리인 서울시장 선거에 명함을 내밀었으나 시민의 선택을 받는 데는 대부분 실패했다.
서울시장 선거의 8회 전적은 민주당 등 진보 진영 후보 5승,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 후보 3승이었다. 내년 4월 보궐선거에서 어느 진영이 승자가 될지 주목된다.
◆‘어게인, 2011년 단일화 후보’ 가능할까
민주당의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선 경선에서 박영선 후보는 천정배, 추미애, 신계륜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이어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시민사회 박원순 후보,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는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 선출 국민 참여 경선에서 경쟁을 벌였고, 박원순 후보가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박원순 후보는 여세를 몰아 본선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누르고 서울시청에 입성했다. 앞서 실시한 1995년 제1회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야권 단일후보가 위력을 발휘했다.
당시 여당인 민자당 정원식 전 국무총리, 민주당 조순 전 경제부총리, 무소속 박찬종 전 신정당 대표 간에 벌어진 3파전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은 자민련이 지원한 민주당 조 전 경제부총리가 당선됐다.
박찬종 전 신정당 대표는 3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민주당의 실질적 리더인 김대중(DJ) 전 총재, 자민련 김종필(JP) 총재로부터 각각 서울시장 후보 제안이 있었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전 경제부총리를 민주당 후보로 내세운 DJ와 무공천한 JP가 연합 전선을 형성해 그를 밀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상당수 의원은 명망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해 반문(反文)연대의 야권후보 단일화를 이뤄야 서울시장 선거에 승산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이 최근 재보선 경선준비위원들을 만나 2011년 민주당의 서울시장 야권후보 단일화 성공사례를 언급하며 관심을 보인 것도 당내의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김 위원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서울시장 후보 카드를 탐탁잖게 여기고, 안 대표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많은 의원은 경쟁력이 높은 안 대표의 출마를 기대하고 있어 그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안 대표가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과 합당 후 야권통합 후보로 뛸지, 국민의당 당적을 유지하며 야권 단일화 후보로 나설지 관건이다. 2018년 제7회 서울시장에 출마한 안 대표가 이번에 도전하면 본선에 두 번째 출격한다.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경우, 야권 단일화 후보 과정에 변수로 작용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여야 지도부는 서울시장 선거에 대선 후보를 전격 등판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역 의원 당선될까
서울시장 선거의 특징은 그동안 현역 국회의원 5명이 의원직을 내려놓고 본선에 진출했으나 ‘전패’를 기록한 일이다.
박찬종 전 신정당 대표(서초 갑)는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에서 의원직을 유지한 채 후보로 출마해 득표율 6.37%를 차지하는 등 젊은 층에 인기가 높았다. 의원직을 던지고 제1회 서울시장 선거에 단기필마로 나온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노태우정부에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를 지냈고, DJ와 JP의 연합 지원을 받은 민주당 조순 후보를 당해내지 못했다.
한나라당 최병렬 의원(서초 갑)은 1998년 제2회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무총리, 내무, 교통, 농수산부 장관을 두루 거쳐 ‘행정의 달인’으로 불린 새정치국민회의 고건 후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02년 제3회 선거에서 여당 후보인 새천년민주당 김민석 의원(영등포 을)은 현대건설 사장 출신으로 ‘샐러리맨의 신화’인 야당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이기지 못했다.
2011년 10·26 보선에서 참여연대 출신의 시민운동가인 박원순 야권 단일화 후보와 승부를 겨룬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중구)도 고개를 떨궜다. 2014년 제6회 선거에서 재선 고지를 향한 박원순 후보의 대항마로 나선 여당 대표를 지낸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동작 을) 역시 쓴잔을 마셨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현역 국회의원 출신 후보를 꺾고 당선된 인사들 면면을 보면 경제·행정전문가, 환경·시민단체 출신 등 사회적 명망가나 인지도가 높은 개혁적인 이미지를 가진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거명되는 여야 의원 또는 의외의 다른 현역 의원이 내년 보선에 당선되면 서울시장 선거에 당선된 첫 금배지가 된다. 그러나 현재 103석으로 개헌 저지선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국민의힘에서 의원이 금배지를 떼고 보선에 출마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의원 20명이 공직선거법 위반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태로 재판을 받고 있어서다.
◆‘유리천장’ 깨질까
역대 서울시장 선거에서 제1, 2당의 여성 후보 3명이 ‘유리천장’을 깨려고 시도했으나 무위로 끝났다. 2006년 제4회 선거에 여당인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관심을 끌었던 강금실 첫 여성 법무부 장관은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에게 패했다. 2010년 제5회 선거에 야당인 민주당 간판으로 등록한 한명숙 첫 여성 국무총리는 재선을 노리는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진검승부를 펼쳤으나 석패했다. 여당인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도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와의 대결에서 고배를 마셨다.
본선 문턱에서 두 차례 뜻을 접었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민주당 경선에서 한 차례 떨어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삼수, 재수 끝에 시장직에 오를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박 장관은 이번에 도전하면 세 번째다. 2011년 박원순 후보와의 단일화 경선에서 져 후보 자리를 내놓았던 그는 2018년 민주당 경선에서 박원순 후보와 설욕전을 가졌으나 결과는 같았다.
그동안 지방선거에서 여성 기초단체장은 여러 명이 당선된 반면 광역단체장은 전무하다. 내년 2곳의 보궐선거에서 여성 시장이 배출되면 여성 광역단체장 ‘1호’가 된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