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치러진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변수들로 가득했다.
22개월간의 대장정은 2019년 초 민주당 경선에서 20명 넘는 후보가 각축을 벌이며 시작됐다. 특히 초반 부진으로 충격을 안겼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화려하게 부활하며 대선후보 자리를 꿰찼다.
전례 없는 감염병 코로나19는 이번 대선의 가장 임팩트 있는 이슈였다. 코로나19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이 쏟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에 대한 선제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고, 그 결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명 피해였다. 코로나19의 심각성을 경시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결국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10월엔 자신이 확진 판정을 받기에 이르렀다.
지난 5월 말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시위(BLM)의 확산도 대선 변수로 부각됐다. ‘숨을 쉴 수 없다’는 호소에도 경찰이 목을 누르고 있는 장면이 영상으로 퍼지면서 과잉진압, 인종차별 논란이 커졌고, 세계 각국에서 추모 및 항의 시위가 벌어졌을 정도로 파급력이 거셌다. 미국에서는 대규모 평화 시위뿐 아니라 약탈, 방화, 폭행을 동반한 폭동까지 벌어졌고 트럼프 행정부는 강경 진압 원칙을 고수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기록적인 사전투표 열기도 대선의 향배를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감염을 우려한 유권자들이 대거 사전투표를 택했다. 선거 예측 사이트 ‘미국 선거 프로젝트’에 따르면 3일 오전 11시 현재 1억29만8838명의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마쳐 역대 최고인 4년 전(4700만명)의 배를 넘었다. 사전투표가 당일 투표보다 4000만∼5000만표나 많은 수준이라 승자를 가릴 결정적 변수가 됐다.
우편투표는 그동안 민주당 지지층의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우편투표 급증은 개표 지연 요인으로 작용해 대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며칠이 걸릴 수 있다는 변수가 있다. 트럼프 진영에서 “조작 가능성이 있다”며 우편투표를 극렬히 반대해 온 것은 ‘대선 불복 시나리오’의 밑작업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9월 21일 미국 진보의 상징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사망하면서는 후임자 인선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 대법원은 헌법재판소 역할까지 하고 있어 입법기관 못지않은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차기 대통령이 후임자 인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고등법원 판사를 서둘러 지명, 연방대법원을 보수6 대 진보3으로 재편했다.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은 대선 정국 막바지에 터진 대형 이슈였다. 유세 일정에 차질을 빚을 만큼 큰 악재였지만, 일주일도 안 돼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극복 경험을 앞세워 반전 드라마를 시도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