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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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판세 뒤흔든 트럼프의 저력… 승리해도 통합의 과제 안게 된 바이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모두 대선 승리를 선언하는 초유의 사태는 우편투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지만 예상 밖으로 선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저력도 영향을 미쳤다. 접전 양상으로 예측됐던 플로리다(선거인단 29명)나 텍사스(38명) 등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신승했다면 개표 초반부터 승부가 결정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 낙승을 바탕으로 러스트벨트(북동부 쇠락한 공업지대)에서도 힘을 내면서 상황은 초박빙으로 흘러갔다. 여론조사에서 집계되지 않은 샤이 트럼프 성향의 유권자들이 많았다는 것으로, 바이든 후보가 최종 승자가 되더라도 통합이 숙제를 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선거 분석 업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발표한 대선일 직전 경합주 여론조사를 보면 플로리다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지지율 47.9%를 기록, 트럼프 대통령에 0.9%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실제 대선 투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51.2%(개표율 96%)를 얻어 3.3%포인트 차이로 비교적 큰 차이로 바이든 후보를 눌렀다. 대선일 전 플로리다 여론조사가 오차 범위 내에서 있었다고는 하지만 3개월 내내 바이든 후보가 우세했던 지역임을 감안한다면 트럼프의 저력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이 지역에는 남성 라티노 유권자들이 전폭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텍사스에서도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불과 1.3%포인트로 트럼프가 근소하게 앞선 상태에서 대선 투표가 진행됐지만 막상 개표함을 열어보니 트럼프 대통령이 52.3%(개표율 86.3%)를 확보, 바이든 후보에 6%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텍사스는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이지만 유색인종을 포함한 새로운 유권자들이 지난 4년 동안 200만여명이 유입되며 바이든 후보의 선전도 기대된 곳이지만 반전 없이 큰 표 차이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긴 것이다.

 

만약 플로리다와 텍사스 중 한 곳이라도 바이든 후보가 가져갔다면 승부는 개표 초반부터 싱겁게 결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바이든 후보가 고정적으로 가져갈 확률이 높은 기본 선거인단이 232명인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이 지역의 승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결정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비교적 손쉽게 이 지역을 가져간 데 이어 바이든 우위로 여겨졌던 러스트벨트 경합주 3곳에서도 접전을 연출하면서 결국 미 대선은 ‘혼돈’ 양상으로 흐르게 됐다. 이런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다음날부터 곧바로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에서 우편투표와 관련한 소송을 제기하거나 위스콘신에서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들 경합주 한 두 곳과 관련된 소송에서 자신의 주장이 관철된다면 바이든 승리를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는 것이다.

 

투표에서 확인된 이 같은 트럼프의 저력은 바이든 후보가 우여곡절 끝에 승리하더라도 미국 사회의 ‘통합’이란 과제가 험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3만여명이 사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이은 흑인 인권운동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이 확인된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론 중에는 경제 살리기를 중시하는 여론이 많았다는 점에서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도 바이든 후보에 주어진 중요 과제라는 지적이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