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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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들, 막장 드라마로 회귀 왜?…“시청률 ‘보증수표’”

논란의 SBS ‘펜트하우스’…시청률 고공 행진 중
MBN ‘나의 위험한 아내’·KBS2 ‘비밀의 남자’도
TV조선, ‘복수해라’·‘결혼작사 이혼작곡’
KBS2, ‘바람피면 죽는다’·‘즐거운 남의 집’
“장르극 시청률 저조…막장은 안정적으로 나와”
지난 3일 방송된 SBS 월화극 ‘펜트하우스’ 한 장면

‘막장 드라마로의 회귀.’

 

올 하반기 드라마 시장은 이같이 정의할 수 있다. ‘막장’이라 할 만한 자극적인 드라마들이 방영 중이거나 방영 예정이다. 이는 방송사들이 안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란 분석이 나온다.

 

SBS 월화극 ‘펜트하우스’는 막장 드라마의 대표 주자다. ‘황후의 품격’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PD가 다시 손을 잡은 이 드라마는 치정과 복수, 출생의 비밀 등 막장의 요소를 다 갖췄다. 여기에 한국 사회 현안인 교육과 부동산 문제가 얽히면서 자극성이 더해졌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왜 19세가 아니고 15세 이상 시청가냐”, “방송을 중단해 달라”는 항의가 거셌다.

 

결국 지난 3일 4회는 19세 이상 시청가로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선 강남 주상복합 아파트 헤라팰리스 펜트하우스에 사는 심수련(이지아)이 전 남편 살인, 친딸 바꿔치기, 천서진(김소연)과의 불륜 등 남편 주단태(엄기준)의 정체를 알게 되며 복수를 결심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친딸 민설아(조수민)의 타살은 자살로 감쪽같이 위장됐다. 이웃이라 믿었던 헤라클럽(헤라팰리스 이너 서클) 회원들은 민설아 감금에 사체 유기, 방화까지 저질렀다.

 

막장이란 논란 속에 시청률은 매회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첫 회 9.2%로 출발해 4회에선 13.9%를 찍었다. 전작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최고 시청률(6.3%)의 두 배가 넘고 JTBC ‘스카이캐슬’보다 속도가 빠르다. 다시 보기도 인기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의 11월 첫째 주 드라마 차트 1위에 올랐다.

지난 3일 방송된 MBN 월화극 ‘나의 위험한 아내’ 한 장면. 키이스트 제공

MBN 월화극 ‘나의 위험한 아내’는 시작부터 ‘19금’, ‘부부 잔혹극’을 내걸었다.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이 드라마는 전 회차가 19세 이상 시청가로 편성됐다.

 

KBS2 일일극 ‘비밀의 남자’도 한 남자의 복수극이란 점에서 막장 드라마로 분류할 수 있다. 매회 10%가 넘는 시청률을 유지 중이다. 지난 3일엔 최고치인 15.9%를 찍었다. 역시 막장 드라마인 채널A 금토극 ‘거짓말의 거짓말’은 지난달 24일 8.2%란 채널A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TV조선 새 주말극 ‘복수해라’. TV조선 제공

이처럼 막장 드라마는 방송사들 입장에선 시청률 보증수표다. 막장 드라마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최근 들어 방송사들이 장르물 등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전반적으로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았다”며 “막장 드라마는 시청률이 안정적으로 나오다 보니 시청자들 비난을 받더라도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만들게 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 한 해 방송사들은 저마다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선보였다. MBC ‘더 게임: 0시를 향하여’와 ‘365: 운명을 거스르는 1년’, 휴먼 SF 장르를 표방한 SBS ‘앨리스’, KBS2 ‘좀비탐정’, tvN ‘메모리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기대했던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멜로 드라마도 tvN ‘사랑의 불시착’을 제외하곤 고전을 면치 못했다. KBS2 ‘어서와’와 tvN ‘반의반’은 1%대 시청률에 머물렀다.

KBS2 새 수목극 ‘바람피면 죽는다’. KBS 제공

이 때문에 막장 드라마를 앞세운 방송사들의 시청률 지상주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21일 김사랑·윤현민 주연의 TV조선 새 주말극 ‘복수해라’가 가세한다. TV조선은 막장 드라마 대모 임성한 작가의 신작 ‘결혼작사 이혼작곡’을 선보일 준비도 하고 있다.

 

KBS2는 다음 달 2일 조여정·고준 주연의 새 수목극 ‘바람피면 죽는다’를 방송한다. 막장 드라마의 또 다른 대모 문영남 작가의 신작 ‘즐거운 남의 집’도 준비 중이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