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개표가 이틀째로 접어든 가운데 폭스뉴스가 개표 방송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취지의 예측을 앞다퉈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친(親)트럼프 방송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인데, 뉴욕타임즈(NYT)와 CNN방송 등은 4년 전 대선에서 결과 예측에 실패해 망신당한 일 때문인지 적극적인 예측을 내놓지 않고 있다.
폭스뉴스는 전날 오후 9시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대 경합주 가운데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플로리다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93%”라고 예측하면서 “바이든 후보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이길 확률은 89%“라고 내다봤다. 당시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바이든 승리를 점치는 언론은 없었고,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오차범위 안에서 앞서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승리 직후 갑자기 애리조나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한다고 유일하게 예측했다. 당시 폭스뉴스 개표방송 진행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애리조나는 민주당이 쉽게 이길 곳이 아니라며 여러번 예측 결과를 확인했다. 공화당 텃밭인 애리조나에서의 승리는 플로리다 패배로 침울했던 바이든 캠프에 단비같은 소식이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의 애리조나 예측에 격노했다고 한다.
폭스뉴스는 선거인단 확보 경쟁에서도 바이든 후보에 후한 평가를 했다. 바이든 후보가 선거인단 264명을 확보했다면서 네바다나 조지아만 접수하면 승리한다고 여러번 확인했다.
NYT와 CNN 등은 여러 예측에서 ‘아직 판정은 이르다’(too early to call)거나 ‘판정하기에는 너무 접전’(too close to call)이라는 꼬릿말을 남발했다. 2016년 대선 당시 예측 실패 탓인지 초반 개표 과정에 각 주별 승자 예측을 주저한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CNN은 다른 방송 등에서 승자를 확정한 이후에야 같은 입장을 확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NYT도 4년 전 대선에서 ‘바늘 예측’을 통해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80% 이상’이라고 내보냈지만, 올해에는 ‘대통령 당선 가능성’ 항목을 없앴다. NYT는 “올해 우편투표 때문에 대통령이 누가 될지 바늘로 예측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플로리다와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의 승자만 바늘 예측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선 개표상황을 TV로 지켜본 미국인은 2280만명으로, ABC방송이 590만명의 시청자를 확보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고, NBC방송(570만명), CBS(440만명), 폭스(360만명)가 뒤를 이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