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성 1명이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쉽게 넘어서면서 우리 군의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무용지물로 전락한 건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과학화 경계시스템은 현역 자원 감축에 따라 북한 접경지역 대북 감시망을 보완할 목적으로 군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2427억원을 들여 구축했다. 하지만 잦은 고장과 오작동으로 최전방 지역 감시 공백을 유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시급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은 5일 “2015년부터 2020년까지 과학화 경계시스템 장비의 작동 오류 및 고장을 조사한 결과 모두 2749건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대북 감시를 위한 최전방 기지에서 하루에 1.5회꼴로 감시장비가 먹통이 된 셈”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시스템을 구성하는 전선 형태 ‘광망(케이블)’이 강풍으로 훼손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18일 한 탈북민이 강화도에서 배수로를 통해 빠져나간 뒤 한강을 헤엄쳐 월북할 당시에도 강풍으로 감시장비인 광망이 끊어져 군의 감시망에 허점을 드러냈다.
문제는 이러한 고장과 오류가 빈번하지만 정비인력 부족으로 제때 수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태풍 ‘링링’ 북상 때 강화도 접경지역 감시장비 광망 645개가 고장났지만 정비인력은 고작 3명이 투입됐다. 인력 부족 탓에 정비 완료까지 최장 139일이 걸렸던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지난 10월 국감에서 확인됐다.
광망의 경우, 1개 훼손 시 약 50m 구간 모든 광망의 작동이 멈추게 되는데, 이로 인해 광범위한 감시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감시 공백 보완을 위해 병력과 편제장비 등을 보강, 운용하다 보니 불필요하게 부대 전투력이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광망이) 어떤 시점에서, 어떤 원인에 의해서 작동이 되지 않았는지, 아니면 기능상에 문제가 있는지를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할 상황”이라며 “합참 차원에서 점검해서 과학화 경계시스템에 대해서 보완할 차원이 있으면 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멍 뚫린 경계시스템과 함께 상황대처 미흡에 따른 비난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정경두 전 국방장관 시절 군 경계에 구멍이 뚫린 적이 많아 경계작전시스템 보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지난 3년간 육·해·공군에서 3000명 이상 경계작전 인원이 보충됐지만 결과적으로 이번에도 군의 24시간 상황관리에는 허점을 드러냈다”고 아쉬워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