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계 대권 잠룡 중 한명으로 분류되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이른바 ‘드루킹 댓글조작’ 관련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향후 정치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재판부는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봤으나 댓글 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봤다. 금고형 이상을 확정 받은 선출직 공직자는 직을 잃게 돼 내년으로 예상되는 대법원 판결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 김민기 하태한)는 6일 김 지사의 댓글조작(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017년 대선 당시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와 함께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시연회에 참석하며 여론조작에 관여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킹크랩이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직적인 댓글부대의 활동을 용인한다는 것은 존경받아야 할 정치인으로서 절대 해서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지사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작을 부탁하며 ‘드루킹’ 김씨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의 유죄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선거 운동은 특정 선거에서 후보자가 특정돼야 하는데 당시 지방선거의 후보자가 특정이 안 돼 명확성의 원칙에 벗어난다는 취지에서다. 1심 재판부는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었다.
김 지사는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법정구속은 면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가 현재 공직에 있고 공판에 성실히 참여했으며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점 등을 들었다.
선출직 공직자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거나 형사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는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김 지사에 실형 선고가 나오면서 김 지사가 직을 잃을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대법원 판결은 이르면 내년 1월 이후에야 있을 것으로 예상돼 김 지사가 직을 잃어도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경남까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무공천’ 당헌을 개정한 더불어민주당은 전당원 투표를 통해 경남에 후보를 낼지 정할 수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대표적인 친문주자로 꼽히는 김 지사의 실형이 확정되면 여당의 정치 타격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2016년 대선 과정의 댓글조작에 여권인사가 관여했다는 것이 입증되면 야당 등에 큰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