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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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이어 집값마저 꿈틀…추가 부동산 대책은?

홍남기 "대책 있으면 발표했겠죠" / 정부도 이렇다 할 뾰족한 수 없어

최악의 전세난 여파로 수도권 전셋값이 급등한 데 이어 집값마저 다시 오를 조짐을 보이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로서도 현재의 부동산 시장 불안을 잠재울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 당분간 무주택 서민들의 고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뉴스1에 따르면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주요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반발하는 청원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주로 임대차보호법 등 대책의 부작용과 전셋값·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감·불만을 토로하는 글들이다.

 

특히 부동산 관련 민심 이반은 지난주부터 한층 거세지는 분위기다. 전세난이 장기화하는 데 이어, 그 불길이 매매시장까지 번져 집값마저 오를 조짐을 보이자 무주택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부동산 문제의 책임을 장관이나 부총리가 아닌 대통령에게 직접 묻거나, 대통령의 하야까지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집값정상화 시민행동'이라고 밝힌 청원 단체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코로나보다 무서운 전·월세 폭등, 대통령님이 대답하세요'란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려 부동산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이들은 전세난으로 거리에 내몰릴 위기에 처한 회원들의 애절한 사연을 소개하며 "무주택 국민은 이전 정부 때보다 몇십 배 더 가슴을 졸이고 있으며, 눈에선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며 "그 피눈물은 '촛불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가 흘리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집값 상승에 대해서도 "집권한 지 3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전 정부 탓을 하는 정권을 어느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냐"며 "집값 폭등은 문재인 정부가 만들었으며, 사상 최저 금리와 임대사업자에게 사상 초유의 세금 특혜를 베풀었기 때문에 집값이 폭등했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한 청원인은 '부동산 정책 거짓말로 무주택자 거지 만든 문재인 대통령은 하야하라'는 청원 글을 통해 현재의 부동산 문제를 수장인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청원인은 "저는 무주택자이며 민주당 지지자였으나, 현재는 전세 난민이며 더이상 민주당 지지자가 아닙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정부는) 자신 있다던, 정책이 많다던, 기필코 어쩌고 등등 계속된 거짓말로 무주택자를 거지로 만들고, 전세 난민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2000원 올려주고, 정권 유지 눈치 보느라 주택가격 올려가며 핀셋규제로 표만 바라보고 정권 밥그릇만 챙긴 정권"이라며 "그 수장인 문재인 대통령은 하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8%로 '잘하고 있다(15%)'를 훌쩍 뛰어넘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문제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 여론은 이번 조사에서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23% 올라 71주째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임대차보호법 등에 따른 전세난 영향으로 25개구 중 16개구가 상승 폭이 확대됐다. 전세난이 길어지면서 불씨가 매매시장까지 옮겨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감정원 조사에서 10주간 보합세(0.01%)를 유지하던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0.02% 오르며 상승 폭이 확대됐다.

 

민간 조사기관인 부동산114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19% 올라 5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경기·인천도 0.13% 크게 올라 전세난은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자 늦게라도 집을 사겠다며 중저가 아파트 위주로 매수 전환이 나타나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0.05%→0.06%)이 확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은 전세난의 원인인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도입)의 부작용은 해결하지 않은 채, 임차인의 거주 기간을 현재의 4년(2+2년)에서 6년(3+3년)으로 확대하는 '3+3' 개정안을 발의해 또다시 시장 혼란을 야기했다. 이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들은 적이 없으며, 현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일축했다.

 

문제는 정부가 전세난 완화를 위해 공공임대 확충에 나서기로 했지만 이런 중장기 대책 외에 당장 시장에 영향을 줄만한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세대책은 언제쯤 나오겠나'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날짜를 지정할 수는 없다. 확실한 대책이 있으면 정부가 발표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로선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돼, 시장의 불안감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