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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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美로 출국… 안갯속 ‘유명희 거취’ 논의되나

WTO 사무총장 선거전에서 선방했지만
선호도 조사에서 나이지리아 후보에 밀려
美는 ‘유명희 지지’… 조율 이뤄질지 관심
과거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반갑게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사실상 당선이 확정됐으나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불복’을 강력히 시사하는 등 미 정국이 무척 혼란스러운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예정대로 방미 일정에 돌입했다. 파트너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만남에서 현재 가장 민감한 외교 사안인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선출 관련 논의가 이뤄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강 장관은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는 9일(현지시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양자회담이 예정돼 있다.

 

미 대선의 혼란이 아직 가시지 않은 점을 감안한 듯 강 장관은 “민감한 시기이긴 하지만 한·미관계를 굳건히 다지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 유익한 대화를 많이 나눌 생각”이라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이어 “한·미는 시기나 상황에 관계없이 늘 소통한다”며 “또 이어갈 중요한 현안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자에게 ‘당선 축하’ 인사까지 전한 만큼 우리 정부도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거에서 져 곧 물러날 예정인 정권의 장관과 굳이 만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강 장관이 굳이 ‘민감한 시기’라는 표현을 쓴 것도 바로 이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중요한 현안들이 많다’는 취지의 강 장관 언급으로 미뤄 WTO 차기 사무총장 선거, 그리고 한국 후보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거취에 관한 논의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외교가에서 흘러나온다. 강 장관은 그간 세계 각국 외교부를 상대로 유 후보 지지를 적극 요청하는 등 한국인 WTO 사무총장 배출 노력을 진두지휘한 장본인이다.

WTO 차기 사무총장을 노리는 한국 후보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나이지리아 후보인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전 재무장관. 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28일 WTO 의장단은 최종 결선 선호도 조사를 바탕으로 유 후보 대신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전 재무장관)를 사무총장 후보로 단수 추천했다. 현재 중국과 독일·프랑스 등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일본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국 중 유 후보에 대한 확고한 지지 의사를 공개 표명한 나라는 미국 정도다. 다수결 투표에 붙이면 유 후보가 패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유 후보를 명예롭게 퇴진시키는 대신 국제사회 동향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것도 이런 미국의 뚜렷한 입장 때문이다.

 

WTO는 사무총장 선출 시 표결보다는 선호도 면에서 앞선 후보에게 지지를 몰아주는 만장일치 합의 추대 방식을 고집해왔다. 유 후보가 더 버티면 자칫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눈총’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강 장관이 폼페이오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유 후보 거취가 주요 의제에 오를지, 만약 논의가 이뤄진다면 어떤 내용일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