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시작 후 닷새 동안이나 드리워졌던 대선 레이스의 안개가 걷히면서 이제 미국 정가의 관심은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 선거결과에 모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상원을 어느 정당이 장악하느냐에 따라 차기 행정부가 국정 운영에 탄력을 받을 수도, 번번이 발목을 잡힐 수도 있어서다.
민주, 공화 양당은 내년 1월5일 치러질 2곳의 조지아주 상원의원 선거 결선투표에서 대선전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이날 현재 양당은 상원에서 48석씩 확보해 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승자가 확정되지 않은 4곳 가운데 알래스카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공화당 후보가 앞서고 있다. 상·하원 모두 민주당의 푸른색 물결이 넘실댈 것이라는 여론조사 기관들의 ‘블루 웨이브’ 예상과 달리 공화당이 선전을 펼친 것이다. 현 추세대로 개표가 마무리되면 공화당은 50석을 확보하지만, 상원 장악을 위한 과반(51석)에는 1석이 모자라게 된다.
민주당은 조지아주 결선투표에서 모두 이기면 상원 주도권을 쥘 수 있다. 50대 50 동률에서는 상원의장을 맡는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기 때문이다.
조지아주 법률은 과반 득표를 한 사람만 당선자로 인정한다. 50% 이상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의 후보자를 놓고 선거 뒤 9주가 지난 화요일에 최종 승부를 가른다. 건강상 이유로 은퇴한 조니 아이잭슨 전 의원의 잔여 임기(2022년까지)를 채울 사람을 뽑는 조지아주 특별선거에서는 21명의 후보 중 민주당 라파엘 워녹(득표율 32.7%), 공화당 켈리 뢰플러(26.0%) 후보 간 결선투표가 이미 확정됐다. 공화당 데이비드 퍼듀(49.8%) 의원과 민주당 존 오소프(47.9%) 후보가 맞대결을 펼친 나머지 1곳도 결선투표행이 유력시된다.
조지아는 1990년대 이후 7차례 결선투표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적이 딱 한 번밖에 없을 정도로 공화당 강세 지역이다. 미 내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1960년대 들어 주법에 결선투표 규정을 마련한 이유 자체가 백인 후보 난립 속에 흑인 후보가 손쉽게 당선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최근 조지아 내 흑인 비율이 증가 추세인 데다 민주당이 ‘조 바이든 바람’을 타고 승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결선투표에서 한 곳이라도 공화당이 승리한다면 “바이든 팀에 상당한 실망일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경기부양책과 예산안, 헬스케어, 기후변화 등 바이든 당선인의 최우선순위 정책의 입법 경로가 복잡해지고 내각 인선에서도 공화당의 협조가 절실해지는 상황에 부닥친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하원에서는 민주당이 215석을 확보해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24곳 가운데 4곳만 이기면 다수당이 된다. 하지만 기존 232석보다 의석수를 늘릴 것이라는 당초 예상이 빗나가면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리더십이 위태로워졌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