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와 네 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의 영향으로 시중 통화량이 늘면서 주택가격의 단기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통화 공급 증가의 파급 효과와 코로나19 경제 위기’ 보고서를 작성한 정대희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정책이 실물 경기의 회복에는 기여하지 못한 채 통화량을 빠르게 늘려 자산가격만 상승시키는 게 아닌지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KDI에 따르면 경제 전반의 통화량을 나타내는 광의통화(M2)는 지난 2분기 기준으로 1년 전보다 9.7% 상승했다. 통화량이 증가할 때 공급이 비탄력적으로 반응하면 생산이 개선되지 못하고 가격만 빠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KDI는 과거 실증 분석을 통해 통화량이 1.0% 증가할 때 국민경제 전반의 종합적인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GDP디플레이터는 2년에 걸쳐 0.5% 상승한 반면 주택가격은 1년에 걸쳐 0.9% 정도 상승하는 결과를 확인했다.
주택시장은 실물경제 부문과 달리 공급이 탄력적으로 반응하지 못해 통화 공급 증가 영향이 단기적인 가격 상승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연구위원은 “통화 공급 확대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특정 부문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공급 확대를 제약하는 정책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면서 “진입장벽을 낮추든지 규제를 완화하든지 해서 공급이 빠르게 늘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주택 가격은 통화량 증가에 따라 단기적으로 반등한 후 장기적으로 소폭 내려가는 경향이 있다”며 “유동성이 주택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존재하지만, 관련 규제 등 다른 부분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므로 향후 주택가격을 판단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대면·밀집활동 서비스업과 고용의 안정을 위해 재정적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시중 통화량은 늘었지만 코로나19 방역정책에 따라 서비스업 공급을 제약하면서 과거에 비해 파급효과가 작게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경기 부양을 위한 방역정책 이완은 자칫하면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 연구위원은 “거시경제정책의 생산 증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일정한 시차가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해 당분간은 현재의 확장 기조를 유지하되 향후 경기 개선 속도가 예상을 밑돌 경우 보다 확장적인 거시경제정책을 통해 경기 충격을 완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