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에 이어 8일(현지시간)에도 백악관 인근 버지니아주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서 골프로 시간을 보내면서 트위터를 통해 대선 결과 불복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백악관과 공화당 내부에서 ‘불복파’와 ‘승복파’가 갈린 가운데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마저 승복파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관심이 모아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의 글을 올리고, 주요 언론이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선언한 데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언제부터 언론이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지 정했느냐”고 반문했다. 대선 과정에서 줄곧 트럼프 대통령 편을 들었던 폭스 뉴스도 전날 ‘바이든 당선’을 선언했고, 바이든을 대통령 당선인이라고 칭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과 불복의 갈림길에 서 있으나 아직은 124년 만에 처음으로 불복하는 대통령 코스로 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례 없는 선거 불복 사태를 놓고 그의 측근 그룹과 공화당 의원들이 ‘승복파’와 ‘불복파’로 양분됐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멜라니아,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등이 승복파에 속하고, 트럼프의 아들인 트럼프 주니어, 에릭 트럼프는 불복파이다. CNN은 멜라니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설득하는 총대를 멜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장녀 이방카 트럼프,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승복 결심을 설득할 인사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켈리언 콘웨이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승복파,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불복파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캠프 내부에서는 며칠째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는 펜스 부통령의 태도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공화당도 트럼프의 행보를 두고 내분 사태에 빠졌다. 미 의회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에 공화당에서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던 밋 롬니 상원의원은 CNN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 선거 의혹 제기에 대해 “현 단계에선 그런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롬니 의원은 “그가 밤에 조용히 가기를 기대하지 말라”면서 “세계가 좀 더 우아한 출발을 지켜보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의 본성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화당 출신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도 “이제 좋든 싫든 승자 뒤로 물러날 때”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 인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테드 크루즈, 팻 투미 상원의원, 케빈 메카시 하원 원내대표 등은 재검표와 소송 등 모든 절차가 끝날 때까지는 승자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출신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대선은 공정했고 결과는 분명하다”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과 직접 전화 통화를 했고, 축하 인사를 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보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성명에서 “어떤 방식으로 투표하든 유권자의 표는 집계된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우편투표 부정 선거 의혹 제기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검표를 요구하고, 법적 소송을 추진할 권리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어두웠던 어린 시절 비화를 폭로한 저서를 출간했던 조카 메리 트럼프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 대신 복수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리 트럼프는 “트럼프가 평화적 정권 이양을 보장하는 정상적인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