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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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매립지 고통 종식… 자원순환 ‘에코시티’ 닻 올린다

‘쓰레기로부터 독립’ 선언한 인천시
“서울·경기 폐기물 관내로 반입 불공정
대체지 미확보 땐 추가 연장 안될 말”
수도권매립지 2025년 사용종료 못박아

매립지 주변 악취… 주택·땅 중금속 오염
‘지하 40m 깊이’ 자체 매립지 조성 착수
일회용품 등 폐기물 감축 운동 본격화
인천시가 준비하고 있는 친환경 자체매립지 ‘인천에코랜드’ 돔형식 모델 예시도. 인천시 제공

환경부는 최근 폐기물의 발생 단계부터 최종 처리까지 대책을 포함한 ‘자원순환 정책 대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 폐기물 발생지 책임처리 원칙을 확립하고, 소각시설은 주민·환경 친화형으로 설치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자는 차원에서다. 특히 가연성 생활폐기물의 경우 2026년 수도권을 시작으로 2030년부터 모든 지역에서 매립지에 바로 묻는 것이 금지된다.

인천시는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지난달 15일 ‘시민의 날’에 쓰레기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친환경 자원순환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의 2025년 사용 종료와 직결된다. 현재 서울·경기에서 나온 각종 폐기물은 이곳 매립지에 쌓인다. 그야말로 버리는 사람,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는 셈이다.

1992년 문을 열어 지난해까지 서울·경기·인천지역 64개 기초단체가 버린 쓰레기의 양만 1억5280만t에 달한다. 이런 불공정한 방식을 바로잡겠다는 게 인천시의 의지다. 3개 시·도가 각자 폐기물을 처리하고, 자원 재활용률을 높이자는 것이다.

◆악취·미세먼지로 인한 고통의 세월 30여년

서울시는 1980년대 후반 난지도의 쓰레기 매립지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1986년 당시 환경청에 신규 매립지 건설을 건의했다. 정부는 김포와 인천 서북부에 걸쳐 여의도 면적(2.9㎢)의 5배가 넘게 조성 중이던 동아매립지를 최적 부지로 낙점했다. 주민들의 반발에도 막힘 없이 진행됐다.

이곳은 농경지로 예정된 수도권 외곽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인근에 청라국제도시와 검단신도시 등 도시가 팽창하면서 골칫거리가 됐다. 매립지 조성 당시 반경 5㎞ 이내 거주자는 2만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70만명으로 폭증했다. 악취에다 인천 북부권을 관통하는 폐기물 수송도로(드림파크로)에서 발생하는 소음·분진으로 관할 서구뿐 아니라 인천 전역이 피해를 보고 있다.

매립지 주변도 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부 조사 결과 불과 1㎞ 떨어진 서구 왕길동 사월마을의 주택과 토양은 대거 중금속에 오염됐다. 전체 52가구 중 37가구는 주거 환경으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마을 앞 도로는 하루에도 대형트럭 등 차량 1만400여대가 오가고, 각종 폐기물 처리업체가 난립했다.

환경부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로 구성된 4자 협의체는 수도권매립지를 애초 2016년까지만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종료를 앞둔 2015년 대체부지도 없고, 매립 가능한 땅이 전체(1541만㎡)의 절반이나 남아 있음을 감안해 수명을 연장했다. 아울러 대체매립지를 함께 찾기로 했다.

◆쓰레기는 나온 지역에서 처리하는 게 원칙

그러나 5년이 지났어도 대체매립지 찾기는 진척이 없다. 앞서 3개 시·도는 용역을 진행해 2019년 후보지를 7~8곳으로 압축했으나 주민 반발을 우려해 함구하고 있다. 환경부도 한 발 물러나 있다. 이 때문에 과거 협의체가 정리한 규정을 근거로 3-2공구를 더 사용하는 방안이 조심스럽게 거론됐다. 2015년 4자 합의에는 ‘대체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에 잔여부지의 최대 15%(106만㎡) 범위에서 추가 사용한다’는 부속 조항이 담겨 있다. 지난해 기준 수도권매립지 시·도별 반입량 비율을 보면 서울시 42%, 경기도 37%, 인천 21% 순이다. 현 매립지가 또 연장되면 사용가능 기간은 약 25년으로 예측된다. 그만큼 인천 지역은 경제·환경적 고통을 더 겪어야 한다.

이에 인천시는 독자 노선을 택하고, 2025년 서울·경기 폐기물 반입은 영구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인천시는 폐기물은 발생한 지역에서 처리하도록 한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인천만의 매립지 ‘(가칭)인천에코랜드’를 만들기로 했다. 이 시설의 부지면적은 15만㎡ 미만이고, 용량이 234만㎥ 규모로 현 수도권매립지(2억2981만t)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지하 약 40m 깊이에 점토처리와 고강도 차수막을 갖춰 외부와 차단된 상태로 아랫단부터 단계별 매립이 진행된다. 매립시설 상부 역시 돔 또는 건축물 형태로 만들어 지하와 지상 모두 주변지역과 완벽히 차단된다. 차후에는 돔을 철거하고 공원 또는 체육시설 등으로 탈바꿈될 전망이다.

자원절약과 나눔문화 확산을 위한 ‘자원순환 녹색나눔장터’ 행사에 참여한 어린이가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순환경제 실현은 자원 재활용 확대가 필수

인천시는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이기 위해 분리배출 활성화와 재활용 수거체계 개선, 시민 의식 함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단독주택 10∼30가구당 1개씩 두는 거점배출시설 설치와 함께 자원관리사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 전문교육을 이수한 자원관리사는 무단투기를 감시하고 분리배출 방법을 지도한다. 이 외 재활용률 향상 차원에서 전용봉투 보급과 수거횟수 확대, 전용차량 가동 등도 검토하고 있다.

‘일회용품 제로 도시 인천’을 목표로 공공·민간 영역을 아우르는 프로젝트가 내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우선 공공기관에 1회용품 사용 금지 및 친환경 물품 확대를 선제적으로 도입한다. 사무실 쓰레기통은 없애고 복도에 분리 수거함을 두도록 할 방침이다. 2022년부터 민간영역에도 확대한다.

인천시는 지난해 하루 687t 규모에 달한 음식물쓰레기도 2025년 655t으로 줄여나간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감량기기를 공동·단독주택에 보급해 배출원에서부터 실질적으로 효과를 내고자 한다. 음식물쓰레기 분쇄 및 미생물에 의한 분해와 건조 공정이 일련의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무선인식(RFID) 종량기기를 2025년까지 모든 아파트에 보급해, 버린 음식물만큼 처리 수수료를 부담토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일회용품 제로 친환경 장례식장’ 사업을 내년 2월 인천시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시범운영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자원순환정책 대전환의 성패는 300만 인천시민의 손에 달렸다”며 “생활 속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부터 쓰레기 감량을 위한 개선된 수거·처리 체계까지 많은 관심과 동참을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