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3곳에 업무 일부정지 등 중징계를 통보했다. 업계의 이목이 쏠렸던 최고경영자(CEO) 징계 수위도 직무정지, 면직 등 중징계로 결정됐다. 증권사들이 어떻게 해서든 막으려했던 CEO 중징계가 확정되면서 이들 증권사가 추후 제재에 불복해 징계 취소 행정소송 등에 나설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10일 금감원은 이날 개최한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KB증권에 중징계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제재심은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에 업무 일부정지 및 과태료 부과를, 대신증권에 대해서는 라임 펀드를 주도적으로 판매한 대신증권 반포WM센터 폐쇄 및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했다.
해당 증권사들이 라임 펀드를 팔 당시 CEO로 재직했던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 박정림 KB증권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에게도 중징계가 통보됐다. 박정림 대표는 문책 경고를, 윤경은 전 대표와 김형진 전 대표, 나재철 전 대표는 직무 정지 상당 처분을 받았다.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에게는 한 단계 경감된 주의적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앞서 금감원은 전·현직 대표들에게 직무정지를 염두에 둔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바 있다. 내부통제 부실의 책임이 경영진에 있다고 본 것이다. 금감원 주장의 근거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 24조다. 해당 법 24조에는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내부통제기준)를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증권사들은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경영진 징계가 부당하다고 주장해왔다. 해당 조항이 금융회사가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라는 의미이지 사태가 발생했을 때 경영진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는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사가 내부통제 실패 시 CEO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한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증권업계는 CEO 중징계를 막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해왔다. 지난달 27일에는 CEO 30여명이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까지 금감원에 제출했다. 중징계를 받은 CEO는 향후 3~5년간 금융사 취업에 제한이 생겨서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 권고·직무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5단계로 나뉘는데,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이 중징계다. 이날 제재심에서 결정된 징계 수위는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제재심 결과에 따른 향후 증권사들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감원이 올 초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렸을 때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제재에 불복,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낸 바 있다. 이날 징계를 받은 전·현직 경영진들도 행정소송 등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현직에 있어 중징계로 인한 혼란이 불가피한 만큼 빠른 시일 내 대책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