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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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임대차법 거센 역풍… 서울 전셋값 상승률 집값의 7배

감정원 법 시행 석달 동향 자료
집값 0.21% 오를 때 전세 1.45%↑
강남권 강세… 강동구 2.28%로 최고
전세대출 증가 석달째 월 3조대
2금융 가계융자 크게 늘어 불안
은행권, DSR 강화 등 불끄기 나서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폭이 5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 8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뉴시스

새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시행 이후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의 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이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집값 상승세는 잡았지만, 전세대란이 심화하며 서민 주거안정은 되레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임대차법 시행 이후 약 3개월간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1.45%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 0.21%의 7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최근 3개월간 서울에서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강남권(동남권)이다. 이 기간 아파트값은 0.06% 오르는 데 그쳤지만, 전셋값은 2.13% 상승했다. 강동구가 2.28%의 상승률로 가장 높았고, 송파구(2.22%), 강남구(2.10%), 서초구(1.93%) 등 강남 3구가 나란히 뒤를 이었다.

강남권을 제외하면 서울의 서북·서남·동북권 등 다른 권역의 전셋값 상승률은 서울 평균에 못 미쳤다. 서북권(은평·서대문·마포구)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1.42%로 뒤를 이었고, 동북권 1.28%, 서남권 1.12% 순이었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가계대출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 관련 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68조5000억원으로 9월 말보다 10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중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709조4000억원)은 한 달 새 6조8000억원이 불어났다.

지난 4일 송파구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전세자금대출은 10월에 3조원이 늘었다. 8월(3조4000억원), 9월(3조5000억원)을 포함해 3개월째 3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과장은 전세자금대출 증가에 대해 “전세 거래량이 줄더라도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전체 대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은행들이 꾸준히 전세자금 대출을 늘리는 것도 증가세의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이날 발표한 ‘10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제2금융권에서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졌다.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카드대출을 중심으로 2조5000억원 늘었다. 이는 지난 9월 증가폭(1조3000억원)의 두 배 이상이다. 은행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로 보면 가계대출이 한 달간 13조2000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가계대출 급증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갔다. NH농협은행은 지난 9일부터 주택 관련 대출을 내줄 때 적용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한시적으로 강화했다. DSR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을 뜻한다. 앞서 농협은행 주택관련대출은 DSR 100%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9일부터는 DSR가 80%를 초과하면 대출이 거부된다.

하나은행도 이달 16일부터 일부 주담대 상품 판매를 중단한다. 내부적으로 정해둔 한도 소진이 임박하자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 신규 취급을 한시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은행도 같은 이유로 MCI, MCG 대출을 연말까지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연말까지 일부 경우에 한해 전세자금대출도 중단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앞서 각각 9월과 10월에 이미 일부 대출의 DSR 기준을 조정했다.

 

남정훈·박세준·이희진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