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주인공이 되어야할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소관 예산안 심사에서도 윤석열 검찰총장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13일 “(윤석열 검찰총장) 본인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다수의 국민이 (정치의 영역에 들어왔다고)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검찰총장이 대선 후보로 여론조사에 올라오고 있는데 검찰총장은 정치가인가 관료인가’라고 묻자 “정치가는 아니다”라면서 이같이 답했다. 박 의원이 ‘전문관료가 대중선동가가 돼선 안된다’는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하며 윤 총장을 비판하자 “본인이 잘 판단해 처신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치인 윤석열
여의도 정가에서 요즘 가장 뜨거운 인물은 윤 총장이다. 각종 차기 주자 지표에서 눈에 띄게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어서다. 대권 지지율이 ‘널뛰기’ 하지만 분명한 건 보수성향 유권자들이 가장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에게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다음번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자유응답)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가 19%로 동률을 이뤘고, 이후 윤 총장(11%)이 뒤를 이었다. 여당 소속 2명을 빼면 가장 높은 수치다.
◆비참한 국민의힘
윤 총장의 지지율이 오를 때마다 난감한 쪽은 국민의힘이다. 차기 주자 선호도 조사 상위권에 국민의힘 소속 후보는 찾아볼 수가 없다. 야권에서 그나마 지지율이 나오는 후보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홍준표 무소속 의원 모두 현재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다. 윤 총장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현 정권의 검찰총장이다.
여당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총장의 지지율이 올라갈수록 비참해지는 건 국민의힘 아니겠나”라며 “대선 1년 반 전인데 자기당 후보자 부각을 못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인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그(윤 총장)를 야당 정치인이라 볼 수는 없다. 또 윤 총장이 확실하게 자기 소신을 가진 것에 대한 관심이지 반드시 그 사람이 대선 후보로서 지지도가 높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윤석열 두고 여당의 복잡한 셈법
그렇다면 관심은 이낙연 대표·이재명 지사와 함께 3자 구도를 형성한 윤 총장이 정말 정치를 할 것인지로 쏠린다.
여권의 셈법은 복잡하다. 다수의 의원들은 윤 총장이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고건 전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윤나땡(윤석열 나오면 땡큐)’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높은 지지율만 믿고 링에 올랐던 인물들의 결론은 한결 같았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내년에 있을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가급적 윤 총장이 임기를 끝까지 채워야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총장 임기는 7월까지인데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직전에 여권에 등떠밀려서 쫓겨나는 것처럼 보이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과 갈등은 최소화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하면 윤 총장 지지율은 빠지지 않겠는가”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결과의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