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이어 강도 높은 대책을 쏟아내며 집값 상승세는 진정되고 있지만, 전셋값은 새 임대차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이후 줄곧 강세를 유지해 전셋값과 매매가격의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다. 수도권 전세가율이 2개월 연속 상승했고,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세불안에 다시 갭투자 ‘꿈틀’
15일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KB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은 54.2%로,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지난 8월 53.3%였던 전세가율은 9월 53.6%로 0.3%포인트 오른 뒤 10월에는 0.6%포인트로 상승폭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2개월 연속 상승한 것은 2016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도 8월 68.2%에서 9월 68.7%, 지난달 69.1%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6개 광역시와 지방권도 소폭이지만 두 달 연속 올랐다.
집값이 무섭게 치고 올라가며 하락세를 유지했던 전세가율의 반전은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폭등한 영향이 크다.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더 적은 자금으로도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수 있다. 갭투자를 하기 유리해진다는 의미다.
최근 갭투자는 비규제지역에 몰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을 가지고 갭투자가 가능한 데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서울보다 집값 상승 여력이 클 것이라는 기대감이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갭투자 매매가 증가한 지역은 부산 해운대구(95건), 경기 김포시(94건), 경기 파주시(88건), 충남 천안시 서북구(83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모두 아직 비규제지역이지만 조만간 정부가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한 곳이다.
비규제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까지 가능하고, 2주택자도 취득세가 1∼3%에 불과하다. 이 중 전세가율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는 취득세와 중개비용 등을 합쳐 3000만원이면 충분히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 경기 김포시 풍무동 ‘당곡마을 월드메르디앙’(80.2㎡)의 경우 지난 9월 초 2억3500만원에 팔렸는데, 한 달 남짓 지난 10월 말에는 똑같은 가격에 전세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전세가율이 100%에 달한 셈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비규제지역에서는 무주택자뿐 아니라 1주택자와 2주택자도 갭투자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실수요에 더해 투자 수요까지 가세할 경우 집값 추가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지방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 규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인식도 이제는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전세대책 발표할 듯
정부는 1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공공임대 물량을 최대한 늘리는 내용을 담은 전세대책을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정부는 지난 11일 이 회의를 열 계획이었으나 해당 회의를 비공개 녹실회의(관계장관회의)로 대체한 바 있다. 당시 녹실회의에는 홍 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호승 경제수석이 참석해 전세난이 발생한 지역에 더 많은 공공임대 주택을 더 빨리 공급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단기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을 애초 예상되던 수천호 수준을 훌쩍 넘어서는 수만호 수준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1분기까지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물량을 집중적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현재 공실인 주택을 정부가 매입하거나 임대해 전세로 다시 내놓는 기존 주택 매입·전세 임대주택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더불어 민간임대를 통해 전세주택을 공급하는 방안, 기존 공공임대 주택 공급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아파트’ 공급 방안도 이달 중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는 면적을 기존 60㎡에서 85㎡로 늘린 공공임대주택이다.
박세준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3jun@segye.com

